[이코노 카페]스패너 들고 DIY…“난 맥가이버 여성”

  • 입력 2008년 3월 15일 02시 49분


여성 경영 컨설턴트인 나모(30) 씨는 요즘 ‘자동차 공구(工具)’를 수집하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합니다. 주말마다 자동차 튜닝 동호회에서 차 부품을 교체하고 수리하는 게 취미이기 때문이지요. 그는 “드라이버와 스패너 등 공구를 들고 나만의 차를 만드는 게 주말의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나 씨처럼 손수 만들기(DIY)를 즐기는 이른바 ‘맥가이버 여성’에게 공구란 남성의 전유물이 아닙니다. 최근 맥가이버 여성들이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을 넘어 새로운 트렌드 리더로 나서고 있다고 하는군요.

맥가이버 여성의 출현은 온라인 쇼핑몰과 TV 홈쇼핑을 중심으로 두드러집니다. 온라인 쇼핑몰 ‘옥션’은 지난해 자동차 공구 구매 고객 가운데 여성비율이 25%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늘었다고 합니다.

롯데아이몰에서는 올해 1월 가정용 공구가 전년 동기에 비해 40% 증가한 300세트가 팔렸습니다. 1월 고객 중 여성의 비율은 30%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는군요.

여성들이 맥가이버가 된 이유를 들여다보면 각양각색입니다.

나 씨처럼 취미 삼아 공구를 잡은 ‘취미형’이 대표적이죠.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은 “직접 제작한 가구 사진을 블로그에 올려 손재주를 뽐내는 주부들이 화제”라며 “이 영향으로 공구를 찾는 주부가 늘고 있다”고 말합니다.

싱글 여성은 스스로 궂은 집안일을 맡으며 ‘자립형’ 맥가이버 여성이 되기도 합니다. 싱글 여성의 증가로 맥가이버 여성이 보편화된 미국 시장에서는 ‘비제인닷컴’ ‘샤이니샤이니’ 등 여성 공구 전문 사이트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수리비를 아끼기 위해 공구를 든 ‘실속형’도 눈길을 끕니다. 푼돈이라도 아끼려는 마음에 인터넷 등을 통해 가전제품과 가재도구 등의 사소한 고장을 수리하는 방법을 배우다 보면 어느새 준전문가 수준에 오르기도 한답니다.

맥가이버 여성의 출현은 앞으로 공구 시장도 변화시킬 것 같습니다. 여성들은 작고, 가볍고, 다루기 쉬운 공구를 선호하게 마련이니까요.

장필화 이화여대 여성학과 교수는 “농촌은 총각 감소로 경운기를 사용하는 나이든 여성이 늘고 있다”며 “이처럼 여성 소비자와 사회의 효율성을 위해 여성 친화적 농기구, 공구 등이 개발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합니다.

조은아 산업부 기자 ach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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