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정성희]애그플레이션

  • 입력 2008년 2월 26일 03시 01분


“애그플레이션의 ‘애그’는 계란의 ‘에그(egg)’를 말하는 거겠죠?” 날카로운 진행으로 유명하다는 손석희 성신여대 교수가 지난주 MBC ‘손석희의 시선집중’에서 말실수를 했다. 농산물 등 먹을거리 가격 폭등에 대해 의견을 나누면서 애그플레이션(agflation)을 설명하다 나온 해프닝이다. 애그플레이션은 농업을 의미하는 애그리컬처(agriculture)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농업발(發)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신조어다.

▷애그플레이션의 원인은 공급에 비해 수요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인구 증가도 있지만 개발도상국 국민이 소득이 늘어나자 과거에 먹지 않던 식품을 먹기 시작했다. 중국인은 원래 목축을 하는 몽골족 등 일부 소수민족을 제외하고는 우유를 마시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13억 인구가 우유에 맛을 들여 소비가 급증해 중국은 전 세계 우유의 ‘블랙홀’이 되고 있다. 원자재 비용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우유 값은 지난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상승했다.

▷농산물이 에너지원으로 쓰이는 추세도 애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 미국이 석유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대체에너지로 바이오연료 개발과 생산에 나서면서 원료인 옥수수 값이 폭등한 것이다. 옥수수 경작지가 늘어나자 밀 경작지가 줄어들어 밀가루 값도 폭등하고 있다. ‘자동차가 사람의 먹이를 빼앗는’ 형국이다. 우리나라는 곡물 자급률이 28%에 불과하다. 어제 출범한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기대로 경제 성장보다 물가 안정을 꼽는 사람이 더 많을 정도다.

▷국제 옥수수 가격 폭등을 견디다 못한 국내 식품업체들이 5월부터 과자나 음료, 빙과류 등에 쓰이는 전분 원료로 유전자조작농산물(GMO) 옥수수를 사용한다. 옥수수 값이 너무 올라 비(非)GMO로는 수지를 맞출 수 없는 까닭이다. GMO는 미국에선 광범위하게 소비되고 있지만 안전성 논란 때문에 국내에선 소비자의 외면을 받았다. 하지만 물가안정에 대한 요구가 거세 안전성 논란이 수그러들고 있다. 그토록 완강하던 GMO 빗장을 애그플레이션이 열고 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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