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이향기]법정 계량단위 m², g 소수점 없애자

  • 입력 2008년 2월 1일 02시 42분


보통 사람에게 주택은 가장 소중한 재산이다. 그런데 거래 단위가 정확하지 않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그동안 주택 거래의 기본단위였던 ‘평’은 소비자들의 손해를 유발하는 부정확한 단위였다. ‘평’을 ‘제곱미터(m²)’로 환산하면 약 3.305785…m²로 정확한 측정이 어렵다. 같은 32평이라도 106∼109m²까지 편차가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소비자는 그 차이를 인식하지 못해 왔다.

소비자에게 이렇게 혼란과 손해를 유발하는 또 하나의 단위는 귀금속의 무게를 재는 ‘돈’이다. 반 돈의 무게가 1.875g인데 소수점 셋째 자리인 0.005g을 정확히 계량하기는 어렵다. 일상에서 이런 차이가 얼마나 되겠느냐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한 해 우리나라에서 계량으로 거래되는 금액이 276조 원가량이다. 반 돈인 1.875g의 1% 차이라면 얼마 되지 않는 것 같지만 무려 2조7000억 원을 넘어선다.

소비자단체들은 이런 피해를 막기 위해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정확한 미터법 단위를 사용할 것을 주장해 왔다. 다행히 정부가 ‘평’ 대신 ‘m²’를, ‘돈’ 대신 ‘g’을 쓰도록 의무화하고 지난해부터 미터법 시행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오랫동안 관습적으로 써 온 ‘평’ 단위를 6개월 만에 공공기관과 해당사업장의 80% 이상이 사용하지 않게(산업자원부 및 지방자치단체 조사 결과) 됐다. 한국소비자연맹에서 신문 모니터링을 한 결과에서도 2007년 4월 일간지의 90% 이상이 ‘평’을 사용했던 것에 비해 12월에는 그 사용빈도가 10% 미만으로 낮아졌다.

그러나 아직 가야 할 길은 멀다. 평, 돈 이외에도 소비자들이 손해를 보게 하는 많은 비(非)법정 계량단위를 차근차근 법정 계량단위로 바꿔 가야 한다. 하지만 우선은 m²와 g 단위 정착이 시급하다. 부동산 가격이 3.3m² 단위로 거래됨으로써 여전히 평을 떠올리게 하는데, 1m²라는 정수 단위로 통일된다면 소비자들이 계산하기 쉽고 거래도 정확해진다. 귀금속 거래 역시 2, 3, 4g의 정수 단위로 정착된다면 소비자에게 득이 될 것이다.

소비자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법정 계량단위 정착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와 해당기관, 언론매체도 앞장서야 하지만 누구보다 소비자 스스로 권리 찾기에 나서야 한다.

이향기 한국소비자연맹 부회장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