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 백 잇단 악수로 망하다

  • 입력 2008년 1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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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전투에서 백이 크게 당했다. 흑 137이 오자 하변 흑 모양이 뭉게구름처럼 피어난다.

백으로선 어디서부터 전단을 마련해야할지 막막하다. 평범한 수법으론 형세를 만회하기 힘들다. 백 138로는 우하 귀에 걸치는 게 정상이지만 이세돌 9단은 방향을 틀었다. 이 9단은 백 138로 우상 흑을 위협하면서 우변에서 견고한 백의 터전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백의 수명을 단축시킨 악수였다. 손대지 말아야할 곳을 건드려 ‘긁어 부스럼’을 만든 것.

윤준상 국수는 즉시 139, 141로 패의 화약고에 불을 붙인다. 흑도 이 패에서 지면 우상 흑이 잡히는 부담이 있어 먼저 건드리기 어려웠다. 그런데 백이 먼저 건드려주니 흑이 도리어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됐다. 이젠 우상 흑이 잡히더라도 딴 곳을 두 번 두면 별 손해가 없다. 게다가 백은 변변한 팻감이 없지만 흑은 143이라는 절호의 팻감이 준비돼 있다. 흑 143의 팻감에 대해 참고도 백 1로 받으면 백의 팻감이 없는 관계로 애써 잡았던 우상 귀 일부를 도로 흑에게 내줘야 한다. 백은 3, 5로 우변을 개척할 순 있지만 이 정도의 대가는 ‘말로 주고 되로 받는’ 격이다.

백은 눈을 질근 감고 패를 해소했다. 그러나 흑 145로 끊기는 아픔이 만만찮다. 졸지에 우변 백 두 점이 생명 줄을 놓치고 미아가 됐다. 이 돌이 산다 해도 그동안 하변은 온통 흑 집으로 굳어질 것이다. 검토실에선 이번 국수전이 흥미진진하다는 말이 돌았다. 승부가 1승 1패 동률이 될 테니 말이다. 그러나….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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