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김상훈]밀실에서 사라진 ‘국민연금운용委 독립’

  • 입력 2007년 11월 15일 03시 02분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기금의 운영을 총괄하는 최고 의결기구인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를 독립시키려던 계획을 바꿔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두기로 하고, 법제처에 국민연금법 개정안 심사를 요청한 사실이 14일 밝혀졌다.

변재진 복지부 장관은 9월 11일 브리핑을 통해 “기금운용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보장하기 위해 복지부 산하 기금운용위원회를 정부로부터 완전 독립시켜 민간기구로 재편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불과 2개월 만에 기금운용위원회의 ‘완전 독립’ 약속이 백지화되고 ‘복지부 산하’에서 ‘대통령 직속’으로 간판만 바꿔 달게 됐다.

복지부는 문제가 될 게 없다는 태도다.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는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고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도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정부의 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했다.

복지부는 입법예고 기간에 시민단체들로 이뤄진 ‘연금제도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가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둘 것을 요구해 공론화 과정을 거친 만큼 ‘밀실행정’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에는 석연찮은 대목이 많다. 복지부가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처, 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와 협의를 끝내고 기금운용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결정한 것은 일주일 전이다.

그러나 복지부는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고 쉬쉬하며 법제처에 심사를 요청했다. 변 장관이 브리핑을 통해 ‘기금운용위원회의 완전 독립’을 요란하게 발표했을 때와는 일 처리 방식이 아주 대조적이다.

바뀐 결과를 왜 공개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어떻게 하다 보니 그렇게 됐다. 할 말이 없다”고 말끝을 흐렸다.

9월 현재까지 적립된 국민연금기금은 무려 216조 원이다. 이 돈은 정부가 잘 굴려서 나중에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려줘야 할 돈이다. 국민의 ‘금싸라기 돈’인 만큼 정부는 정책의 변화에 대해 투명하게 공개하고 설명할 의무가 있다.

대다수 가입자는 국민연금기금의 장래에 대해 불안해하고 있다. 정부 정책을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도 곤란하지만 불가피하게 변경할 경우 국민에게 소상히 공개하는 것이 최소한의 신뢰라도 얻을 수 있는 도리라고 본다.

김상훈 교육생활부 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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