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제시 잭슨]美주택시장을 구원하소서

  • 입력 2007년 10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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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집에 불이 났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이웃 사람이 늦은 밤에 술에 취했거나 담배를 피웠기 때문에 화재가 일어났다고 비난할 수 있다. 위험한 생활 습관이 결국 그를 망쳤다고 탓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람이 불면 불은 번지기 마련이다. 부주의를 탓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불이 번지는 것을 막을 소방서가 필요하다.

최근 주택 시장 붕괴라는 화재가 발생했고 바람이 불고 있다. 주택 시장의 거품이 사라졌다. 새로 지은 주택들이 비어 있고 기존 주택들도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200만 채의 주택이 담보대출 상환 불능 상황에 놓이며 최악의 위기를 맞고 있다.

경제학자 딘 베이커는 주택 시장이 정상으로 돌아와도 최고 호황기와 비교해 주택 건설은 30%, 주택 판매는 30∼40%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건설과 판매 사업 부문에서만 2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위험에 처했다.

주택 가치 하락에 따라 미국의 가구들은 총 6000억 달러의 손해를 봤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를 통한 주택 구매는 지난 몇 년간 소비 주도의 성장을 이끌어 왔지만 이제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저축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주택 가치가 떨어지면서 자금 압박을 받은 가정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신용카드에 의존해 빚을 지게 됐다. 소비가 위축됨에 따라 경제 전반이 위기에 처했다.

이 사태의 근본 원인은 금융 시스템의 인허가 규제를 철폐한 데 있다. 신용 상태가 양호한 고객에게 분별력 있는 모기지를 제공하던 지역 주택금융기관들이 사라졌고 그 대신 전국 규모의 대부업체들이 자리를 잡았다. 이런 대부업체들은 지불 능력이 없거나 부족한 사람들에게 모기지를 제공했다.

이들은 모기지 운영을 통해 얻은 자금을 쪼개 여러 회사에 싸게 판매했고 위험성이 높은 다른 대부금과 패키지로 연결시켰으며 다른 투자자들에게 재판매했다. 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 높은 수수료를 챙겼다. 대부금이 지나치게 분산된 탓에 대출금 상환에 문제가 생긴 주택 소유자들의 워크아웃이 어려워졌다.

이제 불길은 건실한 주택 소유자들까지 위협한다. 많은 가정이 지불 불능 상태에 빠짐에 따라 주택들이 비게 됐다. 창문에 내다 붙인 집을 판다는 광고판들은 범죄자와 마약 거래자들을 불러들인다. 담보대출 상환 불능 상태에 빠진 가정들이 이웃의 주택 가치도 덩달아 떨어뜨린다. 곳곳의 시청들이 세수원을 잃고 있다.

대부업체들은 분별 있는 대출 원칙을 저버리고 무책임한 도박을 한 것이다. 이들은 많은 가정이 처음에 예상하지도 못했던 상환금을 부담하도록 이끌었으며 이는 이자율과 상환금의 급상승으로 이어졌다. 그럼에도 대부업체들은 모기지 적용률을 높여 더 많은 상환금을 챙겼다. 주택 담보 대출자들은 좀 더 신중했어야 했고 대부업체들은 좀 더 솔직했어야 했다.

화재가 계속 번져 나갈수록 우리 모두 화상을 입을 수 있다.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문제가 발생한 대부업자들을 위해 모기지의 워크아웃 과정이 필요하다. 의회는 파산법원이 모기지를 조정할 권한을 갖도록 하는 입법을 추진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만 채무자의 모기지를 워크아웃하도록 대부업체들을 독려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와 은행, 연방 정부는 대부업체들이 지불 능력에 맞춰 대출금을 재금융할 수 있는 절차를 함께 만들어 내야 한다.

한 가지 사실은 분명하다. 우리가 모두 화염에 휩싸이기 전에 소방대가 도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시 잭슨 목사·미국 민권운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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