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선관위, 대선 70여 일 앞두고 벌써 지쳤나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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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통령비서실장 앞으로 ‘청와대브리핑이 공명선거 분위기를 해친다’는 취지의 공문을 보냈다.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실이 청와대브리핑에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 후보를 비난하는 게시물을 올린 데 대해 “대통령을 보좌해 정치적 중립을 지켜야 할 비서실이 선거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하려 한다는 의심을 낳을 우려가 있다”며 자제를 요청한 것이다. 당연한 조치이지만 늑장 대응에다 청와대 눈치를 보느라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를 낸 것 같다. 선관위가 청와대의 반복적인 ‘선거법 도발’에 벌써 지친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문제의 글이 게시된 날은 지난달 4일인데 선관위는 보름이나 지나서 공문을 보냈다. 그것도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시변)’이 선관위에 고발과 중지명령을 요청한 지 열흘 만이다. 그 사이에도 청와대는 이 후보의 여성관, 부동산 및 교육정책 등을 비난하는 글들을 쏟아 냈다. 심지어는 공문을 받은 다음 날에도 균형발전정책에 대한 이 후보의 태도를 문제 삼는 게시물을 올렸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며칠을 머뭇거리다가 마지못한 듯 공문 한 장 보내고 이 사실을 공개도 안 했다. 대선을 70여 일 앞둔 중요한 시기에 이런 모습을 보이는 선관위를 공명선거의 파수꾼이라고 믿을 수 있겠는가.

노 대통령 또한 두 차례나 선관위의 경고를 받고서도 비서실의 이 같은 선거 개입을 방관하고 있다. 선관위의 어정쩡한 태도가 이런 불법을 조장하는 것은 아닌가.

선관위는 대통합민주신당이 선거인단 대리등록 및 유령 선거인단 시비로 ‘난장판’인데도 “경선은 당내 행사”라며 팔짱을 끼고 있다. 그렇다면 선관위가 투·개표 관리는 왜 해 주는가. 부정선거 여부를 감시 감독해야 할 선관위가 대리투표를 방조하는 셈이다.

통합신당의 경선에선 보통, 평등, 직접, 비밀선거 원칙이 실종된 지 오래다. 모바일 선거인단을 모집하는 모 후보 측 콜센터는 대리등록 안내까지 해 줬다.

선관위는 지금 누굴 위해 무얼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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