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신기루처럼 날아가다

  • 입력 2007년 10월 3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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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은 백 146을 보고 돌을 던졌다. 더 둔다면 참고도 흑 1로 보강해야 하는데 백 2에 두면 귀의 백이 살아버려 좌변 흑이 잡힌다.

그러나 이는 최종 확인 과정이었을 뿐 승부는 사실 백 108로 빠져 나왔을 때 결정됐다.

백 108은 해일처럼 반상의 판도를 바꿔 놓았다. 심하게 쫓기던 백 대마가 무난히 살아갔을 뿐 아니라 백을 공격하던 중앙 흑이 거꾸로 공격당하게 된 것. 백 108 이후 수순은 외길이었고 흑에게는 대재앙이었다.

해일의 진원지는 백 102의 묘수였다. 어려운 묘수는 아니었다. 하지만 흑이 이 수를 보지 못했다는 것이 비극이었다. 흑 101로 ‘가’에 뒀으면 백 대마의 수습이 쉽지 않았을 터. 박정상 9단은 흑 63 이후 우위를 점했지만 신기루처럼 승기를 날려버렸다.

밋밋한 기풍을 가진 최기훈 초단이 승승장구하는 비결은 무엇일까. 김승준 9단은 “반짝반짝 빛나는 기재는 아니지만 상대의 실수를 포착해 단번에 판을 끝내는 능력이 있다”고 말했다. 요즘 초단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한칼이 있다는 것이다.

146수 끝 백 불계승. 소비시간 백 2시간 36분, 흑 2시간 53분.

해설=김승준 9단·글=서정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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