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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9월 28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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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단순 논리는 FTA를 통한 교역 자유화의 이익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FTA의 이익은 상대적으로 누가 더 수출을 많이 하고 수입을 적게 하느냐에 따라 좌우되는 것이 아니다. FTA란 교역 자유화를 달성하기 위한 것이고, 교역 자유화의 이익은 수출 못지않게 수입에 의해 발생한다. 미국으로부터의 수입 증가분이 100억 달러에 이르느냐 아니면 86억 달러에 그치느냐 하는 수량적 비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수입 증가는 항상 그로 인한 손실 이상의 경제적 이득을 수입국 경제 전반에 발생시킨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한미 FTA로 인해 미국으로부터 값싼 유제품 육류 기계류 화학·고무 제품 등이 국내로 수입될 것이다. 그 결과 이들 제품을 생산하는 일부 국내 산업은 일정한 피해를 보게 되지만 우리 경제는 엄청난 이익을 누리게 된다. 대다수 소비자는 같은 품질의 제품을 값싸게 구매할 수 있게 된다. 아울러 값싼 수입품 소비로 인해 절약한 돈은 은행이나 증권회사에 투자되고, 이들 금융기관은 이 돈을 가장 효율적인 생산 분야에 재투자해 더 큰 생산이익을 창출하게 된다. 결국 우리 경제는 비효율적인 분야에서 효율적인 분야로 재원이 재투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또한 한국 제품의 수입 증가로부터 많은 이익을 얻게 된다. 한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섬유 의류 가죽제품 신발 전자제품 자동차 등은 미국 소비자들의 이익을 증대시키고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실 교역 자유화의 이익을 경상수지 흑자 폭으로만 이해하려는 수출지상주의적 고정관념을 떨쳐 버리면 이런 수입의 혜택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내가 남에게 돈을 주고 물건을 사는 이유는 그 물건이 내게 주는 이익이 지불한 액수보다 크기 때문이다. 국가 간 교역에 있어서도 수입을 많이 하면 할수록 이익은 커지게 된다. 수입을 할 때 해외로 지불하는 달러만 보지 말고 수입이 우리 경제 전반에 주는 더 큰 혜택을 생각해야 한다.
결국 국가 간 FTA를 맺어 교역량을 서로 늘리는 것은 상호 수출과 수입의 양을 모두 늘려 수출에서 오는 이익은 물론이고 수입이 주는 혜택을 보게 함이다. 한국과 미국 중 어느 쪽이 상대적으로 더 수출을 많이 하게 되고 수입을 적게 하게 되는지를 계산해 한미 FTA가 누구에게 더 이익이 되는지를 논하는 것은 실로 난센스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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