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조한혜정]대안학교 탐사중 사고 그 죽음 헛되지 않도록

  • 입력 2007년 9월 14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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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에 제도권 학교가 꽤 바뀔 것 같더니 2000년대 들어서 다시 입시 위주로 뒷걸음질하고 있다. 사교육 시장 탓만은 아닐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높아지고, 생존 자체가 힘들어지는 사회에서 점점 고조되는 부모와 학생의 불안감 역시 이런 변화에 큰 영향을 미친다.

자녀에게 나름의 자율적 시공간을 주고 싶어 하는 부모는 그래도 초등학교는 보낼 만하다고 한다. 초등학교에서는 다양한 경험을 하고 스스로 탐색할 시간을 낼 수 있다는 말이다. 중학교만 해도 수학여행과 소풍을 간다. 그러나 고등학교에 가면 수학여행은커녕 체육대회도 잘 못 한다고 한다. 교장이 못 하게 해서가 아니라 학부모 항의가 잇달아 꼼짝없이 입시 수업만 해야 한다.

특기 활동에 몰입하고 자아를 찾아 여행을 떠날 아이들을 가두는 제도권 학교를 보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근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책임질 일이 안 벌어지는 게 목적이 되어 버린 조직이다 보니 일은 안 벌일수록 좋다. 좋게 이야기하면 온실이고 안 좋게 이야기하면 편안한 감옥이다.

비인가 학교인 부산 ‘우다다학교’의 학생과 교사 4명이 지난달 무인도 탐사를 갔다가 폭우 때 사망한 사고 이후 벌써 삼우제가 지났다. 그 사건 이후 대안학교에 관여한 사람들은 모두 심란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런 일이 자기 학교에서 절대 안 일어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대안학교에서는 사람과 일, 세상을 두려워하는 요즘 아이들이 자기주도성을 회복하고 서로 협동하도록 만들려고 여러 가지 학습방법을 개발했다. 내가 몸담은 하자작업장학교에서는 학생들이 8박 9일 동안 꼬박 걸어서 바다까지 가는 도보여행을 한다. 한두 달씩 전국 순회를 하는 학교, 백두산을 오르거나 상하이임시정부를 찾아가는 학교도 있다.

우다다학교는 용기와 자신감을 갖게 하기 위해 무인도 여행을 교과과정으로 개발했던 학교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그간 비인가 대안학교에서 아이들을 위해 헌신해 온 교사들은 자문한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 부담이 큰 일을 계속할 것인가?

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을까? 새로운 학습을 하려는 열망을 가진 아이일까? 그들을 돌보기로 한 대안학교 교사일까? 아이들을 잡아두지 못한 제도권 학교일까? 아이들이 갈 만한 선택지를 만들지 못한 국가와 시민사회일까? 이 나라에 미래를 만들어 갈 10대를 위한 교육 정책이나 청소년 정책이 있기나 한 것일까?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배워야 할 교훈이 분명 있다. 물살에 떠밀렸을 아이들의 모습에 겹쳐지는 모습은 온실에 갇혀 있는 아이들이다. 정철환 선생님, 열네 살 김정훈, 열다섯 살 하누리, 열여섯 살 이태재 학생의 명복을 빌며, 그대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살아남은 자들이 계속 노력할 것을 약속한다.

조한혜정 연세대 교수·사회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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