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도곡동 땅, 검찰도 이 후보도 심각하게 다뤄야

  • 입력 2007년 8월 14일 22시 55분


코멘트
검찰은 그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경선 후보의 맏형 이상은 씨와 처남이 1995년 공동 매각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의 차명(借名) 보유 의혹에 대해 “형의 지분은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러고는 박근혜 후보 측과 일부 언론이 제3자로 이 후보를 지목하자 어제 정동기 대검 차장이 나서서 “이 후보의 땅이라고 볼 증거는 없다”고 밝혔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소유주가 누구인지 진짜 모른다”고 했다.

소유자가 누구인지 모르는 게 사실이라면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는 식으로 발표할 일은 아니다. 검찰이 오히려 억측을 증폭시킨 셈이 되고 말았다.

5일 뒤면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확정된다. 그 후보가 누구건, 이른바 범여권을 비롯한 반대세력의 네거티브 공세가 끈질기게 이어질 것이다. 5년 전 이회창 후보가 겪었듯이, 집요한 의혹 제기에 대해 ‘사실이 아님’을 스스로 입증하기란 매우 어렵다. 견디다 못해 명예훼손 또는 선거법 위반 혐의로 제소하게 되면 결국 수사 공권력이 선거에 개입하게 된다. 그 밖에도 크고 작은 고소 고발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 공소시효가 소멸해 기소 대상이 될 수 없는 사안에 대해서까지 검찰이 ‘실체적 진실을 가려 국민의 선택을 돕겠다’며 전면적인 수사를 벌인다면 이는 마구잡이식 의혹 제기를 더 부채질할 것이다.

상황이 그렇게 전개되면 각 후보의 국가경영 자질과 미래 가치를 따지는 선거 분위기는 실종될 우려가 높다. 결국 또다시 ‘충동구매 선거’로 끝날 소지가 커진다.

아무튼 ‘도곡동 땅’ 문제는 이미 큰 쟁점 사건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한나라당 경선은 물론이고, 이 후보가 경선에서 이길 경우 12월 본선에도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안이다. 검찰의 발표에 대해 이 후보는 “내 모든 것을 걸고 도곡동 땅은 내 것이 아님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그러나 ‘정치검찰의 이명박 죽이기 공작’이라는 주장만으로는 불을 끌 수 없을 것이다. 이상은 씨는 어제도 “도곡동 땅은 내 평생 재산”이라며 검찰의 추가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했다. 검찰도, 이 후보 측도 진실에 대한 객관적 입증 노력을 통해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