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인류 보편의 사랑 실천한 이들을 돌려보내 주기를

  • 입력 2007년 7월 23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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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으로 폐허가 된 땅에 사랑을 품고 봉사활동을 하러 갔습니다. 제발 석방해 주십시오.”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 무장세력에 납치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샘물교회 봉사단 이주연(27·여) 씨의 부모는 어제 ‘아랍권의 CNN’인 알 자지라 방송을 통해 이렇게 호소했다. 납치된 23명의 가족 친지는 물론이고 온 국민이 한마음일 것이다.

무장세력 측과 아프간 정부 측이 어제 오후 협상에 들어갔다. 탈레반 측은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협상 시한을 오늘 밤 11시 30분까지로 24시간 추가 연장했음을 밝혔다. 그러나 피랍자들의 신변 불안이 가신 것은 아니다.

납치된 봉사단원들은 아프간의 유치원과 병원에서 인류 보편의 사랑을 실천했다. 그제도 병원과 유치원에 구호품 등을 전달하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하던 중에 납치됐다. 부모가 외국에 어학연수를 보내 주겠다는 것도 마다하고 “봉사하는 것이 즐겁다”며 치안이 극히 취약한 곳으로 달려간 젊은이들이다. “아프간 어린이들을 가르치면서 나도 많은 것을 배운다”며 기뻐한 이들이다. 국적과 종교를 떠나 ‘하나의 인류’를 위해 사랑을 나누고, 이를 축복이라 여긴 사람들이다. 이들에게 위해(危害)를 가해서는 안 된다. 탈레반 무장세력이 ‘이슬람의 관용정신’으로 돌아가 피랍자들을 석방해 줄 것을 호소한다.

정부는 조중표 외교통상부 제1차관을 반장으로 한 정부대책반을 어제 현지에 파견했고, 다각적인 채널을 통해 협상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와 아프간 정부는 관계국과 유관기관 등의 협조를 최대한 이끌어내며 신속하게 협상을 타결해 주기 바란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사태 해결 노력에 대해 발목 잡거나 혼선을 불러일으키는 일을 누구나 자제해야 한다. 민주노동당과 열린우리당 및 무소속 일부 국회의원이 “우리의 주장대로 2006년 조기 철군했더라면 이런 사건이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철군 요구 성명을 낸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다. 아프간에 의료 및 건설공병 지원을 위해 주둔 중인 동의·다산부대는 인도주의적 활동을 마무리하고 연말까지 철수하도록 이미 계획이 잡혀 있다. 철군 과정에 대한 모든 결정은 정부에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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