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균형발전’ 후유증, 토지보상제 바꿔 땜질할 건가

  • 입력 2007년 7월 9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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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하반기부터 신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용지에 또 막대한 보상금이 풀린다. 이달 말엔 제주 대구 울산 등 혁신도시에서 보상이 시작된다. 송파 신도시는 12월 말, 동탄2신도시는 내년 5월 각각 보상이 시작될 전망이다. 올해와 내년 보상비 47조 원을 포함해 현 정부 5년간 114조 원이 풀리는 셈이다.

정부는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는 토지보상금의 충격파를 줄여 보기 위해 토지보상제도 개선방안을 내놓았다. 사업지구에서 1년 미만 거주한 부재지주(不在地主)에게 1억 원을 넘는 보상금은 채권으로 지급하고, 예정지구 지정일 기준 가격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던 것을 개발계획 발표 때로 6, 7개월 앞당긴다는 것이다. 한꺼번에 풀린 토지보상금이 다시 부동산으로 흘러들어 투기를 부추기고 부동(浮動)자금이 되어 경제를 교란시키는 문제점을 뒤늦게 인정한 것이지만 전형적인 ‘뒷북 행정’이다.

각종 개발계획으로 전국 각지를 들쑤셔 놓고 이 같은 땜질 대책으로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시중 유동성을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정부는 부재지주들에게 채권 보상을 늘리면 시중의 부동자금이 줄어들 것으로 판단하는 모양이지만 지주들이 보상받은 채권을 시장에서 할인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 보상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정부가 장기적 마스터플랜에 따라 개발을 추진하지 않고 전국에서 동시다발로 대규모 개발사업을 벌이면서 부재지주를 포함해 일부 땅 부자들의 금고만 채워 주었다. 지역균형발전의 효과가 나타나기도 전에 토지보상금이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더 확대했다. 면밀한 검토 없이 대선 전략의 하나로 시작했다가 정치논리를 앞세워 밀어붙이다보니 후유증만 키운 것이다.

정부는 균형발전을 이 정부의 최대 치적으로 삼으려는 듯 연내 착공식을 서두르고 있다. 114조 원에 이르는 토지보상의 부작용을 근본적으로 치유하려면 보상제도의 땜질이 아니라 균형발전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고, 차기 정부로 넘길 것은 넘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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