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면도날’이 ‘알부남’으로?…이해찬의 표변

  • 입력 2007년 6월 27일 04시 08분


코멘트
20일 대선 출마를 선언한 이해찬 전 국무총리가 언론을 상대로 ‘알부남(알고 보면 부드러운 남자)’ 전략을 펴고 있다. ‘송곳’ ‘면도날’이란 별명에서 읽히는 냉정한 이미지를 대중 친화적이고, 부드럽게 바꿔 대중에게 다가가겠다는 대선 전략이다.

주말인 24일 이 전 총리는 느닷없이 기자들에게 e메일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보내 대학로에서의 창작 뮤지컬 관람에 대한 동행 취재를 요청했다. 대선 캠프 측에선 “대중 친화적 이미지 가꾸기 차원”이라며 “매주 일요일 문화행사에 참석할 것”이라고 했다. 부인 김정옥 씨도 함께한 뮤지컬 관람 후 생맥줏집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아침이슬’의 작사 작곡가인 김민기 씨와 친구처럼 지낸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출입기자들 사이에선 대선 출마 결심을 굳히기 전 이 전 총리의 쌀쌀맞던 태도를 떠올리며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많다.

이 전 총리는 5월 30일 서울 마포구 동교동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자택을 방문할 때 취재 기자들을 무안하게 면박 준 바 있다. 당시 동교동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이 김 전 대통령에게 무슨 말을 할 것인가를 묻자 그는 “길거리에서 인터뷰하는 것은 결례야, 결례” “아무 때나 그러는(물어보는) 관행은 안 된다고!”라며 ‘훈계’를 했다. 이런 모습은 YTN ‘돌발영상’ 코너에 ‘언론에 불만 전달하기’란 제목으로 방영됐다.

이 전 총리는 또 국회 상임위원회가 열리는 도중 의원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다 한 방송사 기자가 “인사를 드리겠다”고 하자 “됐어요”라고 대꾸했고, 명함을 건네자 “됐다니까…”라며 명함을 밀치기도 했다.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는 기자들에게도 생경한 ‘알부남’ 행보가 과연 국민의 마음을 파고들 수 있을까. 많은 국민은 ‘이해찬’ 하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나라당 의원들에게 “차떼기 당이 어떻게 좋은 정당이냐” “왜 의원이 총리한테 훈계를 하나” “별꼴 다 본다” 등의 ‘막말성’ 발언을 퍼부은 ‘강성’ 이미지를 더 많이 떠올린다. 그런 그가 언제부터 그리 부드러웠단 말인가.

‘대선 출마에 뜻이 없다’던 시절 야당과 언론에 대한 독설로 국민에게 스트레스를 줬던 그의 변신 연기가 스스로에겐 어색하지 않은지 모르겠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