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그 얼굴이 그 얼굴, 재경부 OB 모임?

  • 입력 2007년 6월 26일 0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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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재정경제부 대회의실. 주로 심각한 회의가 열리는 이곳에 오랜만에 웃음꽃이 피었습니다. 재경부와 재경부 산하 6개 공공기관과의 경영 계약 체결식에 참여한 권오규 경제부총리와 해당 공공기관장들은 시종 격려와 덕담을 주고받았습니다.

참석 인원의 면면을 보니 그럴 만도 하더군요. 근무한 시기와 부서는 차이가 있지만 참석자 대부분이 재경부나 그 전신인 재정경제원, 경제기획원, 재무부 출신이었습니다.

현재 직위로야 권 부총리가 가장 위지만, 행정고시 기수로는 한이헌 기술신용보증기금 이사장(행시 7회)이 맏형 격이었습니다. 재경부 기획관리실장(현 정책홍보관리실장)을 거쳐 현직으로 옮긴 김규복 신용보증기금 이사장(행시 15회)은 권 부총리와 행시 동기입니다.

또 최근까지 재경부에서 권 부총리를 ‘모셨던’ 유재한 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과 조성익 증권예탁결제원 사장은 각각 행시 20회. 출장 중인 최장봉 사장을 대신해 참석한 이주형 예금보험공사 부사장은 권 부총리 옆에 있던 조원동 재경부 차관보와 행시 23회 동기입니다. 비(非)재경부 출신은 현 정부 초기 대통령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이해성 한국조폐공사 사장뿐이었습니다.

재경부 ‘OB(Old Boy)’들의 ‘홈 커밍데이(Homecoming day)’를 방불케 한 이날 행사는 공공기관운영법에 따라 각 공공기관이 재경부에 어떤 비전을 갖고 일을 하겠다고 보고하고 이에 대한 의지를 ‘경영 계약’ 형식으로 다지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권 부총리는 이날 각 기관장에게 “국민은 공공기관의 자율성과 수익성을 중시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공공기관의 공익성을 요구하고 있다”며 올곧은 경영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이날 풍경을 지켜본 사람들은 “평소 모르고 지내던 사람들도 아닌데 어떻게 경영 감독을 치밀하게 할 수 있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재경부 출신 인사들이 기관장을 맡고 있는 공공기관을 재경부가 엄히 감독하지 말란 법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경영에 대한 재경부의 감독이 제대로 될까 하는 의문이 있다면, 이를 해소하는 것은 전적으로 이들 ‘재경부 선후배’들의 몫일 겁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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