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포털은 아직도 ‘음란물 창구’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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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3월 일부 포털 사이트에 음란물이 버젓이 노출되는 소동이

벌어졌습니다. 정부는 음란물의 주요 공급원인 해외 불법 사이트의 접속을 강력히 차단했습니다.

석 달이 지난 지금 이 사이트들은 어떻게 됐을까요. 해외에 서버를 두고 불법 운영되는 이들 사이트에는 여전히 방문자가 많습니다. 차단을 피해 불법 사이트에 접속하는 우회프로그램이 마구 퍼졌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네이버, 다음, 야후, 엠파스, 구글 등 주요 포털에서 이들 우회 프로그램을 손쉽게 찾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초등학생이라도 불법 음란사이트에 들어가기가 어렵지 않습니다.》

우회 프로그램이란 KT, 하나로텔레콤, LG데이콤 등 통신사업자의 접속 차단(필터링)을 피하게 해 주는 소프트웨어입니다. 국내 이용자는 대부분 이들 통신사업자의 통신망을 통해서 인터넷에 접속하기 때문에 이곳만 잘 따돌리면 음란사이트에 얼마든지 접속할 수 있습니다.

실제 포털에서 추천되는 우회 프로그램을 내려받은 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3월에 차단한 75개 불법 음란사이트에 접속해 보니 운영이 중단된 몇 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정보통신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통신사업자들에게 더 강력한 차단 기술 도입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차단 기술은 데이터의 내용을 모두 검색해 특정 단어가 포함되는 경우 이를 차단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수십억 원에서 수백억 원까지 하는 장비 투자가 필요한 데다 기존 방식에 비해 차단 효과는 강하지만 사생활 침해 등 다른 문제점도 있습니다.

통신사업자들은 “이 방식으로 차단한다고 해도 포털을 통해 새로운 우회 방법이 순식간에 퍼지면 아무 효과가 없을 것 아니냐”고 투덜거립니다. “차라리 포털을 규제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며 볼멘소리를 합니다.

그러나 포털들은 “음란 단어는 금칙어로 할 수는 있지만 우회 프로그램과 같은 단어는 기준이 애매해 제재하기가 어렵다”고 머리를 가로젓습니다.

불법 음란사이트는 특히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심각한 해악을 미칩니다. 인터넷업계에서는 포털이 늘어나는 사회적 영향력에 맞게 사회적 책임도 함께 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김용석 기자 nex@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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