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제51기 국수전…강한 것이 부러진다

  • 입력 2007년 6월 22일 02시 58분


코멘트
백 ○로 끊었다. 뭐가 뭔지 모를 백병전. 우하변에서 벌어진 싸움이 들불처럼 전판으로 번지고 있다. 흑 67부터 백 70까지의 흐름은 읽겠는데 흑 71부터는 다시 난해한 공중전이다. 스파르타의 용사들이 페르시아 대군에 맞서 벌인 테르모필레의 전투처럼 창과 방패가 부딪치는 굉음과 단말마의 비명, 전사의 함성이 골짜기에 가득하다.

흑은 79부터 83까지 기분은 냈다. 그런 뒤 가차 없이 85∼89로 끊어버린다. 흑 85로는 ‘가’로 어깨를 짚는다거나 우회하는 전법을 생각할 수 있는데도 오로지 일직선의 공격만 있을 뿐이다. 비상 국면이 아니고선 프로는 노골적인 수법을 쓰지 않는데 김지석 4단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흑 93은 백대마를 몽땅 잡겠다는 수. 그러나 강한 것은 부러지는 법이다.

백 96 때가 한번쯤 숨을 고를 시기였다. 참고도처럼 흑 ○ 석 점을 내주고 1, 3으로 절충하는 게 유연했다. 실전에서 우변 백대마를 잡을 수 없을 것 같으면 신축성 있게 대처하는 게 현명했다. 우변 백대마는 보기보다 수가 많다. 백 98의 급소에 이어 100으로 끼운 수가 좋았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