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로또 대박 노리는 범여권의 “나요, 나” 주자들

  • 입력 2007년 6월 20일 01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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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명숙 전 국무총리, 김영환 전 과학기술부 장관, 김두관 전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어제는 이해찬 전 총리가 대선 출마 의사를 밝혔다. 김병준 청와대 정책기획위원장도 출마 가능성을 비쳤다. 조만간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전망되는 김혁규 천정배 신기남 추미애 씨 등을 합치면 범여권의 자천타천 예비후보군은 20명에 이른다. “대권 도전 선언 못하면 팔불출”이라는 말이 나올 지경이다.

이들은 로또 대박에 비유되는 2002년 대선의 추억을 잊을 수가 없는 모양이다. 처음 도입된 ‘16부작 지역 순회 국민경선 드라마’와 후보 단일화라는 깜짝쇼를 통해 역전승한 당시 노무현 후보의 기적을 재현할 수 있다는 기대심리가 이들을 움직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명색이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은 그가 걸어온 길에서 다수 국민이 공감할 명분과 시대적 당위성이 우러나와야 한다. 국가와 국민에게 헌신한 최소한의 기록이라도 있어야 한다. 남이 나서니까 나도 한다는 식은 국민과 정치를 너무 가볍게 보는 작태다.

예비후보 중에는 일단 출마 선언을 해 놓아야 앞으로 통합과정에서 모종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계산하거나, 심지어는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을 겨냥해 이름과 얼굴이라도 ‘좀 더 팔아보자’고 마음먹은 사람도 적지 않아 보인다. 이런 생각과 행동은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다.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역사가 아무리 짧아도 국민이 그런 속셈을 구분 못할 정도는 아니다.

후보들 면면에서도 자기 확신이나 신뢰감을 찾아보기 어렵다. 국정실패에 동반책임을 져야 할 이해찬 한명숙 천정배 신기남 씨는 자성(自省)의 기미가 없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와 천 씨는 각각 탈당한 ‘위장 전출자’이고, 김영환 추미애 씨 등은 그동안 치과(齒科) 개업과 유학으로 정치판을 떠났다가 ‘때가 되니’ 돌아왔다. 선거철이면 볼 수 있는 ‘철새의 귀환’이다. 김병준 씨는 “국정운영 준비가 가장 잘 돼 있는 경쟁력 있는 후보”라고 자평했는데, 노 대통령을 보는 듯하다.

과연 여러 사람이 덤비면 그중 로또에 하나라도 걸릴까. 국민이 스스로의 미래를 위한 판단을 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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