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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6월 16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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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북한은 2월 13일 합의 후 60일 이내에 영변 원자로 폐쇄(shutdown)를 시작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의 재입국을 허용한다는 합의 내용을 2개월간 안 지켰다. 합의문에는 명시되지 않았지만 미국이 BDA 자금을 풀어 주겠다는 구두약속이 ‘국제금융 체제로의 북한의 재편입’ 방식으로 이행되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북핵 걸림돌’ BDA문제 해결
그러나 이제 러시아의 협조로 BDA 불법 자금이 평양에 전달되기 시작한 만큼 북한의 새로운 약속 이행은 당면과제가 됐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2·13합의의 핵심 정신인 ‘빠른 속도의 약속 이행’을 위한 관성(모멘텀)을 되살리는 일이다. 그동안 BDA 문제로 골치를 썩은 북한을 제외한 5개국 협상단은 바로 이 일에 주력해야 한다.
지난해 10월 9일 북한의 핵실험이 국제사회를 경악시켰고 6자회담 참가국이 집단적으로 북한의 행위를 규탄하던 당시의 단일 대오를 회복해야 한다. 북한이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질질 끄는 불성실한 약속 이행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2·13합의는 진짜 골칫거리인 북한의 핵물질 및 핵무기에 대해서는 거론도 하지 않은, 문자 그대로 ‘초기 이행사항의 합의’다.
하지만 이 합의의 강점은 30일 또는 60일 등 짧은 시한을 구체적으로 적시하면서 북한과 나머지 5개국이 약속을 실천함으로써 ‘한반도의 비핵화’를 주고받기식 외교 협상을 통해 이뤄 낼 의지가 있음을 확인시키고, 이로써 특히 북-미 간에 상호 신뢰를 구축한다는 데 있다.
미 재무부가 BDA 조사 결과를 발표한 3월 14일 이후 BDA 송금 논쟁이 빚어 낸 3개월간의 허송세월은 협상 참가국이 신뢰를 잃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또 10·9 핵실험 직후 5개국이 애써 만들어 놓은 강력한 제재 대오가 흐트러졌다. 한국과 미국으로선 제대로 된 협상을 할 기회를 흔들어 놓았다는 평가를 내릴 법하다.
BDA 문제가 해결된 만큼 앞으로 몇 주간은 뒤늦게나마 빠른 약속 이행에 전력해야 한다. 북한의 모든 핵 프로그램의 자진신고를 위한 접촉을 포함해서 2단계 합의 및 이행이 뒤따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2·13합의를 북한의 ‘시간 끌기 전략’으로 평가절하했던 일부 강경 그룹의 비관적 진단이 더욱 힘을 얻을 것이다.
거듭 말하지만 2·13합의의 매력은 약속 이행 및 다음 단계로의 진전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데 있었다. 영변 핵시설의 폐기 문제는 물론이고 핵무기 및 핵물질 폐기를 위한 협상이 개시되지 않는다면, 시간 끌기 및 국제공조 방해 같은 행위는 정말로 비생산적이 될 것이다.
북한은 2·13합의 직후 북-미 간 접촉을 통해 테러 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법 폐지를 미국에 요구했고 한미 공동 군사훈련을 반대했다. 새로운 핑곗거리를 찾는 듯했다.
새로운 핑곗거리 찾아선 안돼
2단계 합의의 경우 합의 자체는 물론 이행과정이 더 복잡하고 까다로울 수밖에 없다. 따라서 북한은 2단계 협상 및 합의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오해를 피해야 한다. 그러려면 몇 주 내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이 시작되고, 다음 6자회담이 개최돼야 한다. 또 2단계 조치를 위한 논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6자회담이 속도를 더 내고 탄력을 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2·13 합의문에서 60일 이행단계의 막바지에 열기로 합의했던 6자회담 외교장관 회담의 일정을 잡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장관급 회담이 열리면 단순히 핵시설 동결 정도가 아니라 핵무기를 포함한 모든 프로그램의 폐기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고든 플레이크 미국 맨스필드 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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