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 카페]정부 ‘두 얼굴의 기업관’

  • 입력 2007년 4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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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여수 엑스포 유치를 위해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습니다.

5년 전 ‘2010 여수 엑스포 유치전’에 뛰어들었다가 실패했으니 이번이 ‘재수’인 셈이죠. 하지만 ‘재수생의 열정’은 오히려 더욱 뜨겁습니다.

현대차그룹은 현재 체코와 슬로바키아에서 그룹의 명운이 달린 2개 행사를 진행 중입니다. 체코 현대차 기공식과 슬로바키아 기아차 준공식입니다. ‘자동차의 고향’인 유럽에 도전장을 던진 것이지요.

그러나 정작 기공식이나 준공식은 ‘엑스포’의 뒷전으로 밀린 듯한 느낌입니다. 24일 열린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 준공식은 엑스포 유치 성공을 기원하는 플래카드나 깃발로 준공식 행사장인지 엑스포 홍보관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였습니다.

여수 엑스포 유치위원회 고문을 맡고 있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친구 나라인 슬로바키아가 11월 개최될 세계박람회총회에서 여수를 지지해 줄 것을 당부한다”며 환영사의 절반 이상을 엑스포 홍보로 채웠습니다.

현대차그룹은 최한영 현대차 상용차부문 사장을 비롯한 30명으로 별도의 팀을 꾸리고 5월부터는 매달 정 회장이 직접 회원국 릴레이 방문에 나설 예정입니다. 유치지원단 정부 측 인사로 기아차 준공식을 찾은 김병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장은 “엑스포 유치를 위한 정 회장의 열정에 놀랐다”며 고마워했습니다.

기업들이 국가적 행사에 정부와 손잡고 주도적으로 참여하는 것은 흐뭇한 일입니다. 국가이미지가 좋아지면 기업 인지도 개선에 도움이 되니 기업에 손해는 아니지요.

때로는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참여를 공식 요청하기도 합니다. 기업이 정보력과 인재, 해외조직력, 국제감각 면에서 한 수 위라는 사실을 인정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눈을 안으로 돌리면 정부의 기업관은 달라집니다. 기업을 파트너라기보다 ‘개혁이나 규제의 대상’으로 여기는 반(反)기업관이 우세합니다.

일부 정부 부처는 기업을 ‘공무원이 지도해야 할 대상’으로 여기기까지 합니다.

기업을 바라보는 정부의 ‘두 얼굴’이라고나 할까요. 해외 취재를 하다 보면 이처럼 ‘안팎이 다른’ 정부의 기업관이 당혹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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