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008년 大入제도는 역시 불합리의 극치다

  • 입력 2007년 3월 29일 22시 53분


2008학년도부터 바뀌는 대학입시는 내신 수능 논술의 세 축을 중심으로 치러진다. 내신을 확대 반영하고 수능은 등급제로 전환하며 논술 비중을 늘리는 게 골자다. 이 가운데 수능 등급제가 수험생들의 실력 차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새 입시의 변별력 문제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14일 실시된 모의 수능을 채점한 결과 수리 ‘나’ 형에서 100점 만점을 맞은 학생과 67점을 맞은 학생이 똑같은 1등급을 받았다. 수능 성적표에는 점수 표기 없이 등급만 기록되기 때문에 대학들은 33점이나 차이 나는 학생들에게 같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이런 ‘점수 왜곡’은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하게 된다. 합계 점수는 앞서면서도 불합격하는 경우가 얼마든지 나타날 수 있다. 언어 외국어 수리 과목 가운데 두 과목은 점수가 높지만 한 과목에서 간발의 차로 등급이 떨어지면 실제 전형에선 뒤질 수밖에 없게 된다. 입시의 공정성을 인정할 수 없는 결함이다. 주요 대학들은 2008학년도 입시에서 수능 위주의 선발 비율을 높였다. 내신보다 수능의 변별력이 낫다고 판단한 것 같으나 수능도 이 모양인 것이다.

서울의 한 특수목적고는 올해 졸업생의 70%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에 진학했다. 반면에 올해 서울대에 한 명도 합격시키지 못한 고교가 전국에 1100여 곳이나 됐다. 학력 격차가 이처럼 큰데도 정부는 똑같은 내신 점수를 적용하라고 연방 압력을 가한다. 정부가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가이드라인’이란 걸 만들어 논술을 꽁꽁 묶자 참다 못한 12개 대학이 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입시 과열을 우려하는 사람들도 최소한 상위권 학생들 사이엔 경쟁이 있어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 인재 확보는 평등 이전에 국가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그러나 100점을 맞으나 67점을 맞으나 같은 점수로 취급되고, 전국 1등이나 2만4000등이나 같이 1등급을 받는 입시에서 학생들은 공부할 의욕을 잃는다.

경쟁력을 상실한 세대가 이끌어 갈 미래가 걱정된다. 올해 말 대통령선거에 나서는 사람들은 이 나라의 교육과 미래를 위해 불합리하고 퇴행적인 입시제도의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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