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창혁]중국의 해양굴기

  • 입력 2007년 3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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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0년 미국 해군 대령 앨프리드 마한은 ‘해양력이 역사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책에서 “미국은 해양제국(帝國)의 건설에 나서야 한다”고 부르짖었다. 제1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영국이 파도를 지배한다’는 말이 통했지만 마한의 외침은 20세기 들어 미국의 ‘명백한 숙명(manifest destiny)’이 됐다. 이후 미국은 인류 역사상 대서양과 태평양을 제패(制覇)한 유례없는 대제국이 된다.

▷두 대양을 지배하게 된 미국의 위상은 언제까지나 변하지 않을 것처럼 요지부동이다. 도전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의 고위 인사가 6일 “항공모함 건조사업이 순항 중이며 2010년 이전에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후진타오 국가주석이 지난해 12월 “중국은 해양대국”이라고 선언한 데 이어 항공모함 건조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힌 것이다. 전 세계에 26척이 있고, 그중 12척을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항모는 ‘대양강군(大洋强軍)’의 상징이자 실체다.

▷물론 중국의 ‘해양굴기(海洋굴起·바다에서 일어선다)’가 미국에 대한 전면 도전의 양상을 띠는 것은 아니다. 아직은 석유 수송로 확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후 주석이 지난달 말 인구 8만 명밖에 안 되는 인도양의 섬나라 세이셸 공화국을 ‘깜짝 방문’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세이셸은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인도양의 전략적 요충지다. 하지만 중국의 해양굴기는 이웃나라인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들을 긴장시키고 있음이 분명하다.

▷일본은 지난해 가을 아베 신조 총리 취임 이후 정부 각 부처에 분산돼 있는 해양기능을 일원화해 ‘해양대국으로의 부활’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어떤가? 한국 해군은 수십 년간 말 그대로 ‘간첩 잡는 해군’이었다. 지금은 이마저 시들하다. 해군은 건배를 할 때 “바다로!”를 선창하고 “세계로!”를 따라 외친다고 한다. 술자리에서만 “바다로” “세계로”를 외치고 말 일인가. 17, 18세기 네덜란드처럼 주변국에 대해 견제력이 있는 중간 규모의 해양강국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는가.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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