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50기 국수전…닮은꼴 기사

  • 입력 2007년 3월 6일 02시 59분


두 사람은 닮은 점이 많다. 우선 두터운 기풍이 판박이다. 1975년과 1987년 띠(토끼) 동갑이지만 바둑은 거북이띠(?)다. 결코 서두름 없이 ‘뚜벅’ 걸음으로 일관한다. 말수도 적고 행동도 태산처럼 묵직하다. 그래서 윤준상 4단은 ‘리틀 이창호’로 불린다.

좌하변에서 상대의 신수에 의표를 찔려 흑이 당했다고는 하나 형세의 저울 눈금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건 아니다. 한순간 뒤집힐 수 있는 차이다. 우변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모두 침을 삼키며 국수의 다음 수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예상 밖에 흑 57이 떨어졌다. 국수 자신도 우변을 어떻게 두어야할지 몰라 손을 빼고 일단 큰 곳을 차지하고 본 모양이다. 우변은 백의 대응에 대처하겠다는 뜻인데 백 58이 멋진 수였다.

김승준 9단이 아깝다는 표정으로 참고도를 그려 보인다. 흑 1로 멀찍이 뛰고 백 2로 따낼 때 흑 3으로 우하변을 키운다. 백 ○ 두 점이 마치 고목에 붙은 매미 같지 않은가. 이에 비해 실전은 백 58이 좋아 흑 59, 65의 위협에서 손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하변 흑진은 아직 ‘가’의 뒷문이 열려 있다.

해설=김승준 9단·글=정용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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