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가경쟁력 외면한 교육과정 땜질

  • 입력 2007년 2월 23일 2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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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교 7차 교육과정 개정안에서 과학은 과거의 초라한 모습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교육인적자원부는 ‘과학교육 강화를 위해 과학교과를 독립시키라’는 사회적 요구를 수용하지 않았다. 과학은 고교 1년생의 수업시수(時數)를 주 3시간에서 4시간으로 늘리는 것으로 땜질했다. 고교 2, 3학년의 6개 ‘선택과목군’ 중 수학과 과학은 기술, 가정과 함께 ‘자연공학’이라는 생경한 이름의 과목군에 그대로 남아 있다.

인문사회계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은 고교 2학년 때부터 과학을 한 과목도 선택하지 않아도 된다. 물리, 화학을 깊이 공부하지 않고 이공계 대학에 갈 수 있다. 실제로 전국의 이공계 대학 입학생 가운데 29%가 과학이 아닌 사회과목을 선택했고, 55%는 수학에서 미적분과 확률 통계를 배우지 않았다.

우리는 수학 및 과학 교육을 강화하는 미국 일본 영국 중국 인도 등과 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지난달 서울대가 전국 9개 대학의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수학문제를 보내 풀게 했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28점이 나온 것도 어쩌면 당연한 결과다. 중고교 교과서에서 고른 문제인데도 그랬다.

부실한 과학교육의 피해자는 기업이요, 결국 국민이다. 김쌍수 ㈜LG 부회장은 “기업이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기초학문이 중요하지만 (인재를 제대로 육성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고 했다. 기초과학은 국가의 미래를 결정한다. 우리가 이만큼 살게 된 것도 과학기술 덕이 크다. 그런데 선진국 문턱을 넘지 못한 채 과학교육을 소홀히 해서야 희망이 있겠는가.

교과 개편이 이렇게 된 것은 교육부가 국가백년대계에 대한 확고한 의지(意志) 없이 과목 담당 교사단체의 집단이기주의 목소리에 휘둘린 탓이 크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교육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시대착오적 이념 추종과 ‘철밥통’ 투쟁, 평둔화(平鈍化) 공교육으로 국제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다. 이러고도 이 나라 이 국민이 세계적 무한경쟁 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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