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 23명 “우리도 우리가 누군지 잘 모른다”

  • 입력 2007년 2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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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류파들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장영달 원내대표, 김근태 당의장, 정세균 차기 당의장 후보(앞줄 왼쪽부터). 김 의장은 이날 “탈당한 의원들이 원칙과 명분에 충실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잔류파들은 7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총회에 참석한 장영달 원내대표, 김근태 당의장, 정세균 차기 당의장 후보(앞줄 왼쪽부터). 김 의장은 이날 “탈당한 의원들이 원칙과 명분에 충실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동주 기자
집단 탈당파들은 6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23명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김 의원 등은 이날 회의에서 교섭단체 구성 방안을 협의했다. 이종승  기자
집단 탈당파들은 6일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김한길 의원(오른쪽에서 두 번째) 등 23명의 의원이 7일 오전 국회에서 첫 전체회의를 열고 있다. 김 의원 등은 이날 회의에서 교섭단체 구성 방안을 협의했다. 이종승 기자
천정배 그룹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재천 이종걸 이계안 천정배 제종길 정성호 우윤근 의원(왼쪽부터) 등이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칭 ‘민생정치 준비모임’ 발족을 선언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천정배 그룹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최재천 이종걸 이계안 천정배 제종길 정성호 우윤근 의원(왼쪽부터) 등이 7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가칭 ‘민생정치 준비모임’ 발족을 선언하고 있다. 김동주 기자
■ 집단 탈당파 스펙트럼은

6일 열린우리당을 집단 탈당한 의원 23명은 스스로 “열린우리당에 있던 좌우 양극단을 배제했다”고 평가한다. 3년여 내내 ‘진보 대 실용’ 갈등을 겪었던 열린우리당처럼 내부 노선 대립으로 자기 발목을 잡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 이들은 열린우리당 내에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됐던 의원이다. 재야 운동권이나 ‘친(親)노무현 대통령’ 의원은 거의 없는 대신 관료 학자 전문가 출신이 많다. 그러나 이들이 원내 교섭단체에 이어 통합신당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정치결사체를 이루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현안별로 의원 개개인의 과거 발언을 보면 정반대의 주장을 하던 의원이 섞여 있음을 금방 알 수 있다.

▽외교안보정책이 ‘갈등의 불씨’될 듯=경제정책보다는 외교안보정책에서 다른 목소리가 많았다. 집단 탈당을 주도한 강봉균 의원은 “대북(對北)지원사업은 북한경제의 개혁과 개방 노력을 봐가며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지난해 북한 핵실험 당시에는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확대 참여를 강하게 주장했다.

그러나 집단 탈당 의원 중 이강래 이종걸 김낙순 노현송 우윤근 우제항 주승용 의원은 당시 PSI 확대 참여 반대 성명에 서명하고 북-미 양자 대화를 촉구했다.

최용규 노웅래 양형일 장경수 주승용 의원은 일본이 대북제재 결의안을 냈을 때 “결의안이 6자회담을 파탄내고 남북경협을 중단시킬 수 있다”며 반대했다. 특히 주 의원은 지난해 9월 원내대책회의에서 일본의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북핵 문제를 성공적으로 해결할 유일한 길은 협상이며 대북 추가 제재는 중대한 실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4년 말 국가보안법 폐지 문제가 쟁점이 됐을 때 노웅래 전병헌 우윤근 노현송 장경수 의원은 연내 처리를 강력히 주장하며 국회 본회의장에서 농성을 벌였다.

이때 박상돈 의원은 ‘안개모(안정적 개혁을 위한 의원 모임) 소속 의원들의 생각’이라는 글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려 “국가보안법 폐지 후 나타날 역기능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개혁을 해 놓은 다음에 국민을 설득하면 된다는 자세는 오만한 생각”이라고 이들을 비판했다. 박 의원 외에도 조배숙 변재일 서재관 우제항 의원이 안개모 소속이다.

▽이종걸 의원 등은 ‘친(親)천정배 그룹’=이종걸 우윤근 제종길 의원 등 3명은 진보 성향이 강한 천정배 의원 계열로 분류된다. 이들은 7일 천 의원과 함께 ‘민생정치모임’을 만들고 정책 노선을 같이하기로 했다.

이들은 강 의원과 달리 강한 분배 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종걸 우윤근 의원은 지난해 11월 아파트 분양원가 전면 공개, 공공택지 전면 공영개발 등을 주장하며 당시 정책위의장인 강 의원을 공격하기도 했다.

탈당 의원 중에는 자기주장이 강하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중도 성향으로 분류된 경우도 있다. 강 의원은 “우리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른다”며 “70% 정도 생각이 같고 30% 정도 다르다면 함께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 3分된 여권 3色노선 비교

여권은 열린우리당 잔류파, 김한길 강봉균 의원을 비롯한 집단탈당파, 이미 탈당한 의원 6명과 함께 7일 ‘민생정치모임’을 구성한 천정배 의원 그룹으로 3분(三分)되는 양상이다. 탈당한 의원들에 대해 ‘여당 2중대’, ‘기획탈당’ 설이 나오는 상황에서 3개 그룹 간의 ‘거리’는 어느 정도일까.

3개 그룹 내부에도 각양각색의 의견이 있지만 이들 그룹의 주요 정책노선을 열린우리당 당론, 집단탈당을 주도한 강 의원이 홈페이지에 띄운 ‘통합신당의 정책비전 모색’, 천 의원의 ‘정책제안 시리즈’를 중심으로 비교해 봤다. 그 결과 당 잔류파와 천 의원 그룹의 거리가 집단탈당파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깝게 나타났다.

▽대북 정책=열린우리당은 햇볕·포용정책 고수를 주장한다. 천 의원도 “포용정책이 유일한 방안”이라며 “중단된 인도주의적 지원도 재개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 의원은 “대북 지원사업은 북한의 개혁·개방 노력에 상응해서 계속돼야 한다”는 상호주의 원칙을 강조한다.

▽개헌=열린우리당 장영달 원내대표는 국회 차원의 개헌 특별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천 의원도 “여야 원탁회의를 열어 조속히 정리하자”는 주장이다. 김 의원은 ‘어차피 (국회통과도) 안 될 것을 발의했다가 국력만 소모될까 우려된다’며 반대하고 있다.

▽부동산 대책=열린우리당은 분양원가 공개를 당론으로 확정했다. 천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는 물론 ‘1가구 3주택 이상 소유자에 대한 종량세 개념 도입’ 등 강경책을 제시했다. 강 의원은 “분양원가 공개가 집값 안정에 실제 어떤 효과가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며 부정적이었지만 5일 “여당의 당론대로 추진한다”고 했다.

▽출자총액제한제도=열린우리당은 출총제 폐지 대신 출총제 적용 기업의 출자한도를 상향 조정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천 의원은 “출총제를 폐지하더라도 환상형과 비환상형 순환출자 규제 등 사후적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다. 반면 강 의원은 “획일적인 출총제는 글로벌 경제시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한미 FTA=열린우리당은 당론 없이 일단 협상을 추진하되 구체적인 내용은 그때그때 살핀다는 것이다. 김근태 의장은 “선(先)보완, 후(後)추진”을 밝혔다. 천 의원은 “협상 타결 자체가 지상과제가 돼선 안 된다”는 생각이다. 반면 강 의원은 “한미 FTA는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한다.

3분된 여권의 주요 정책노선 비교
열린우리당 집단탈당파민생정치 준비모임
부동산대책분양원가 공개분양원가 공개 실효성 의문시장친화적 토지공개념 도입
출자총액제한제공정거래법 개정안 찬성획일적 출총제 반대출총제 폐지하더라도 순환출자 규제 필요
한미FTA국익 우선 고려한 추진적극 추진미국 협상 시한에 구애받지 말고 추진
민생경제뉴딜(일자리 창출 및 기업투자 확대를 위한사회적 대타협)탈법적 노사분규 강력 대응분식회계 근절 방안 및 이자제한법 도입
대북정책햇볕·포용정책 유지상호주의 입각한 포용정책햇볕·포용정책 유지
개헌국회 특위 구성국력 소모 우려여야 원탁회의 구성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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