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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7일 2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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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가 지난달 전국 9개 대학에 수학 문제를 보내 자연계열 학생들에게 풀어 보도록 했더니 100점 만점에 평균 28점이 나왔다. 모두 중고교 교과서에서 고른 문제였다고 한다. 6일 마감된 서울대 정시모집 등록 결과, 이공·자연계 일부 학과의 미등록률이 30∼40%에 이르렀다. 역대 국제과학올림피아드 수상자의 20% 이상이 의대에 진학했고, 이 중 생물·화학 분야 수상자는 80명 중 35명이 의대를 선택했다.
과학기술 인재의 부족과 부실한 과학 교육으로 직격탄을 맞는 곳은 경제와 민생의 견인차인 기업이다. 윤 부회장도 “수학 과학 등 기초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인력은 창의력이 떨어져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우리가 이만큼 먹고살게 된 것이 과학기술 인재 덕인데, 이제 선진국 문턱을 밟기도 전에 인재 부족으로 ‘성장엔진’이 꺼져 버릴 지경이다.
정부의 책임이 크다. 2002년부터 고교에 적용된 7차 교육과정에서 학생의 교과 선택권을 강조한 나머지 기초과학 교육을 홀대한 결과다. 감사원 조사에선 전국 4년제 대학 이공계 입학생 가운데 29%가 과학이 아닌 사회과목을 선택했고 55%는 수리(數理)에서 미적분과 확률, 통계를 배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수학과 기초과학 교육에 열을 올리는 미국 영국 일본은 물론 중국 인도와도 정반대의 모습이다. 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지난해 신년 국정연설을 통해 수학 과학교사 양성과 함께 향후 10년간 기초과학 연구 예산을 두 배로 늘리겠다고 선언했다. 중국은 “과학자에게는 사상도, 당성(黨性)도 묻지 않는다”며 인재 유치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수학의 노벨상이라는 필즈상을 여러 차례 수상한 일본도 아베 신조 총리가 앞장서서 ‘교육 재생(再生)’을 외치고 있다.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교육 개혁은 목표도 방향도 없이 표류하고 있고 학생들은 이런저런 교육 실험의 희생양이 되고 있다. 최근 교육과정 개편 과정에서 드러났듯이 국가와 아이들의 미래를 위한 명확한 비전 모색 없이 교사들의 파워게임만 판을 친다.
지난해 방한한 영국 킹스대의 저스틴 딜런 교수는 “노벨상 뒤에는 훌륭한 과학 교육이 있다”며 수학 물리학 화학과 같은 기초학문이 모든 과학의 출발점임을 강조했다. 베스트셀러 ‘국가의 품격’ 저자인 일본의 후지와라 마사히코 교수도 “수학과 이론물리학의 강자만이 경제 발전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수학 과학 실력은 벼락치기가 안 통한다.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당장 10년 뒤를 기약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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