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위기 상황을 인식하지 못하는 한국인들의 ‘지둔(遲鈍·둔함) 상태’가 예리하게 지적돼 있다. 한국인에게 북한 핵실험에 대해 왜 무관심하냐고 물으면 “수년 동안 대북(對北) 화해정책을 편 결과”라고 답한다는 것이다. 북핵에 대한 이런 태평스러운 반응은 북의 미사일 발사를 놓고 “새벽 5시에 모이나 오전 11시에 모이나 일 처리에서 달라지는 게 아무것도 없다”던 대통령의 발언과 일맥상통한다. 원로 지식인 526명이 지난달 “굴종을 평화라고 강변하는 정부에 현혹돼 국민이 안보불감증에 걸렸다”고 개탄한 현실이 런민일보 특파원의 눈에도 포착된 것이다.
안보불감증만이 아니다. 경제관료 출신인 정덕구 열린우리당 의원은 이달 초 “대선을 앞두고 공직자들도, 서민도 위기불감증에 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했다. 경제정책은 이미 표류 상태다. 청와대 일부 비서관과 공기업의 도덕불감증은 도를 넘어섰다. 폭력시위로 도청이 불타도 그냥 넘어가는 불법불감증 또한 중증(重症)이다.
정치권이 기업의 목줄을 이념과 코드로 죄는 틈새에서 이룬 ‘수출 3000억 달러 돌파’는 국가적 경사로 대접받지도 못하고 지나갔다. 수출 역군과 기업을 ‘둔하게’ 대하다가는 수출을 동력 삼아 해마다 10% 안팎의 성장을 이루는 중국 경제에 순식간에 압도당할지 모른다. 국민이라도 ‘지둔 상태’에서 깨어나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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