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성태]보험료 갉아먹는 ‘나이롱환자’

  • 입력 2006년 1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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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고질적 폐습 중에 ‘나이롱환자’ 문제가 있다. 국어사전에 나오는 용어이므로 상당히 오래전부터 사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사전에서는 ‘아프지도 않은데 아픈 척하는 환자를 익살스럽게 이르는 말’이라고 설명한다. 실태를 보면 익살스럽기는커녕 심각성과 폐단이 사회적으로 용인할 수준을 훨씬 넘어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대한손해보험협회의 조사에 의하면 서류상 입원해 있는 환자 중 실제 병원에 있지 않는 환자의 비율(부재율)이 평균 17∼18%에 이른다. 입원을 요할 정도의 보험급여를 요구하는 환자가 바깥일을 자유로이 보고 다닌다면 옳지 못한 일이다. 자동차사고 피해자의 입원율은 한국이 70%를 넘는 데 비해 일본은 10%에 불과하다.

국민건강보험과 비교해 봐도 심각성을 쉽게 알 수 있다. 같은 병명의 경상환자는 건강보험이든 자동차보험이든 입원율이 비슷해야 정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목이 삐끗하는 경추염좌로 입원하는 환자의 비율이 자동차보험은 73.9%, 건강보험은 1.8%로 40배 이상 차이가 난다. 자기부담금이 있는 건강보험의 특성을 고려하더라도 정상적인 범위를 훨씬 벗어났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나이롱환자로 인한 보험금 부당유출은 대다수 보험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직결되므로 방관할 수 없다. 일본의 경우 한국과는 달리 의원급 병원에는 입원실이 거의 없다. 입원실을 운영하는 일부 의원도 낮은 수가로 인해 점차 입원실을 없애는 추세라고 한다. 또 의료법은 의원에 환자가 입원하더라도 48시간을 초과하지 않도록 규정한다. 한국에서 대부분의 나이롱환자가 의원급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일본의 제도는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양국의 사회문화적 차이 내지 의료인의 양식도 변수이다. 일본에서는 대부분의 의사가 ‘보행이 가능한 환자는 입원시키지 않는다’는 기준을 적용한다. 일본도 처음부터 나이롱환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30년 전에는 교통사고가 많았고 무조건 입원하고 보는 풍조가 있었다. 하지만 과잉진료로 인한 보험금 누수를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제도를 개선하면서 나이롱환자 문제를 해결했다.

한국도 나이롱환자를 반사회적 행위로 인식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최근 대법원이 교통사고환자의 후유장해 정도에 관한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환자를 계속 주시 또는 미행하여 사진을 촬영한 사건과 관련해 ‘이러한 행위가 공개된 장소에서 민사소송의 증거수집 목적으로 이루어진 경우에도 위법하다’고 판단한 것은 교통사고 피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하리라는 우려를 낳게 한다. 제도 개선과 사회적 인식 전환을 통해 제도의 악용 행위를 퇴출시켜야 한다. 정직하지 못한 제도이용자를 우대하면 선량한 사회구성원의 부당한 희생을 강요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김성태 연세대 교수 한국보험법학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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