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태원]5개월만에 들통난 ‘통일부 오리발’

  • 입력 2006년 12월 8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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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는 7월 4일 통일부 내부 문건을 인용해 정부가 5년간 1140억 원을 들여 북한의 주항(主港)인 남포항 현대화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이 문건에는 ‘해양수산부, 컨테이너부두공단과 협의를 거쳤음은 물론 비공식적으로 북한 당국의 의사를 타진한 결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돼 있었다. 구체적인 내용은 △첫해에 1단계로 40억 원을 투자해 대형 컨테이너를 싣고 내릴 수 있는 ‘갠트리 크레인’ 1대를 설치하고 △2년간 2단계로 220억 원을 들여 부두 컨테이너 야적장을 개축한 뒤 △2년간 3단계로 880억 원을 투입해 항만 진입도로를 확장하고 추가 부두를 건설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일부는 곧바로 ‘보도 해명자료’를 내고 “보도 내용은 사실과 다르며 현 단계에서 구체적으로 검토된 바 없다”고 반박했다. 한 당국자는 “그 계획은 정책개발포럼에서 한 직원이 아이디어로 발표한 것으로 (이종석) 장관이 ‘현실성이 없다’고 면박을 준 내용”이라고 덧붙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7일 공개된 통일부의 ‘2007년도 남북협력기금운용계획안’에 따르면 정부는 남포항 현대화 사업을 위해 40억 원을 지원할 계획인 것으로 밝혀졌다.

통일부가 사업 이유로 제시한 ‘물류비 절감’과 ‘구체적 지원(1단계)은 크레인 설치가 될 것’을 든 것도 7월 본보 보도 내용과 정확히 일치한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당시 해명자료는 5년간 1140억 원 규모의 3단계 계획을 구체적으로 검토한 적이 없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40억 원을 들여 크레인을 설치하는 것까지는 검토를 했지만 그 이후 사업은 검토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이날 공개된 협력기금운용계획은 2007년에 한하는 것으로 2008년 이후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 점에서 통일부는 ‘이후 계획’은 검토한 바 없다고 주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크레인 1대만 설치해 주면서 ‘남포항 현대화사업’이란 거창한 제목을 붙일 수 있을까.

이날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협력기금 계획은 가능한 모든 상황을 가정해 책정하는 것으로 구체적 검토 없이도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일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기금 예산안 1조8364억 원도 ‘가능한 모든 상황을 가정해’ 대충 작성한 게 아닌지 걱정된다.

하태원 정치부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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