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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12월 6일 20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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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문예계간지 ‘세계의 문학’에 4부작으로 연재한 소설 ‘호모 엑세쿠탄스’(처형하는 인간)에서 2002년 대선 이후의 한국 상황에 대해 ‘민족도 이념도 순식간에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국가주도형 포퓰리즘이 게거품을 뿜었다’고 묘사했다. 또 등장인물들의 입을 통해 ‘군대는 주적(主敵)을 잃어버렸다’ ‘시민운동이 가장 효율적인 엽관(獵官)운동의 수단이 되고 관직은 감투에 눈먼 386 홍위병들의 전리품이 됐다’고 말했다. 햇볕정책에 대해서는 ‘핵이란 비대칭 전력을 보유한 북한에 모래성 같은 경제적 우위를 앞세워 어디 사용될지도 모르는 현금을 몇억 달러씩 갖다 바쳤다’고 비판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일 위원장은 예루살렘 공방 당시 유대의 두 세력 지도자였던 요한과 시몬처럼 ‘대담하게 상왕(上王) 티를 내며 일마다 나서 길길이 뛴다’(DJ) ‘로마군의 병기 몇 개를 훔친 뒤 거들먹거리며 로마를 약올리고 있다’(김 위원장)고 이 씨는 꼬집었다. DJ는 ‘민족끼리’의 공허한 구호로 남쪽 국민을 오도(誤導)하고 김 위원장은 ‘핵 불장난’으로 민족을 절멸(絶滅) 위기로 몰고 간다는 지적이다.
▷유대사가(史家) 요세푸스는 이렇게 기록했다. ‘유대전쟁 때 유대인의 참혹한 피해는 로마군이 저지른 학살보다 주전파(主戰派)와 화해파의 대립, 그리고 주전파 내부의 주도권 다툼에 따른 인민재판식 처형과 약탈에 주로 기인했다.’ 햇볕정책이 낳은 ‘남남 갈등’도 ‘외세보다 무서운 내분’으로 역사에 남을런가.
이동관 논설위원 dk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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