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간첩수사, 검찰을 주시한다

  • 입력 2006년 11월 1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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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국가정보원의 ‘일심회 간첩단’ 사건 자료를 넘겨받아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다. ‘일심회’ 총책 장민호 씨 등 먼저 송치된 3명의 수사 관련 자료는 1t트럭 한 대분인 77만 쪽, 추가 송치된 다른 2명의 것까지 합치면 무려 100만 쪽에 이른다. 300쪽짜리 책 3000권 분량이다. 서울중앙지검은 공안검사 9명으로 특별수사팀을 구성해 자료 분석에 들어갔다.

수사 확대 및 진실 규명 책임은 이제 검찰로 넘어갔지만 검찰이 과연 이 사건을 실제로 얼마나 파헤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초 김승규 국정원장은 간첩 사건과 관련한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 사회의 실상은 충격적”이라면서 “국민의 안보관이 너무 많이 해이해져 있다”고 말했다. 국가정보 최고 당국자의 이런 언급에 비추어 현재까지 드러난 규모는 여전히 ‘빙산의 일각’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에도 국정원 차원에서 더는 새롭게 밝혀진 것이 없는 상태에서 사건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갔다. 국정원은 방대한 수사 자료의 양(量)을 내세우고 싶을지 모르나, 거꾸로 연루자 5명의 자료가 이 정도라면 간첩수사를 제대로 할 경우 전체 ‘빙산’의 크기는 어느 정도일까.

그동안 국정원이 수사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제기돼 온 것도 사실이다. 청와대 등 권부(權府)에 포진한 운동권 출신 386 세력이 수사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이다. 한때 주사파의 핵심이었다가 전향한 인사들도 이 사건이 “과거와 같은 전형적인 대남공작·간첩단 사건이자 대남 지하당 조직사업의 일환”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수사를 방해하는 이상기류(異常氣流)가 존재한다면 검찰도 난관에 봉착할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조차 국정원의 수사 초기에 “언론이 과장 보도하고 있다”는 말이 흘러나온 바 있다.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일말의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그러나 지난날 많은 인권 침해 사례에도 불구하고 국가 안보의 한 축을 담당해 왔던 공안검사들의 애국심을 믿고 싶다. 이번 수사는 공안 당국의 향후 위상과 수사 능력을 가늠하는 척도다. 죽어가는 검찰의 공안기능을 되살려 수사에 전력을 기울임으로써 국기(國基)를 바로잡는 데 기여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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