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나라당, 국정代案열거만 하고 말 건가

  • 입력 2006년 11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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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섭 한나라당 대표가 어제 국회 연설을 통해 국정 현안에 대한 당의 생각과 대안을 밝혔다. 북한 핵 불용(不容), 전시작전통제권 재협상, 일자리 창출, 감세(減稅), 규제 완화 등이 그것으로 국가적 위기상황에 대한 적절한 진단과 원론적 처방이 담겨 있다고 우리는 본다. 하지만 실천이 문제다. 이런 처방들이 입법화·제도화를 통해 실질적으로 이행되지 않으면 아무리 방향이 좋아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과연 그럴 의지와 능력이 있는지부터 궁금하다.

강 대표가 이날 ‘민생 살리기 5대 프로젝트’의 하나로 제시한 감세정책만 해도 그렇다. 작년 2월 제출한 법인세법 개정안과 10월 제출한 소득세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 소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올해 제출한 지방세법 개정안과 종합부동산세법 개정안도 마찬가지다. 출자총액제한제 폐지를 위해 작년 4월 제출한 공정거래법 개정안도 같은 상황이다.

국회는 또 일부 위헌 판정이 난 사학법 하나 개정하지 못하고 있고, 교육정보 공개와 대학입시 자율화를 골자로 하는 ‘교육선진화 3법’도 제출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역시 상임위에 묶여 있다. 한나라당은 야당의 한계를 하소연하고 싶겠지만 제1야당으로서 전략과 노력의 부족을 먼저 자성(自省)할 필요가 있다. 국민은 늘어난 세금과 교육비 부담으로 허리가 휘는데도 변명만 늘어놓는 야당이라면 존재이유를 고민해 봐야 한다.

강 대표는 연설에서 “부동산 문제는 대통령이 뭐라고 해도 국민이 믿지 않는다”고 했지만 국민은 한나라당도 별로 믿지 않는다. 국민은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절망하는데 한나라당은 그동안 뭘 했는가. 127석은 결코 적은 의석이 아니다. 과거의 야당은 이보다 적은 의석으로도 여당을 압도하는 정책과 정치력으로 정국을 주도했다.

한나라당의 나태와 무능이 혹시라도 내년 대통령선거에 대한 낙관적 기대 때문이라면 이제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야당 역할도 제대로 못하는 당을 집권당으로 만들어 줄 만큼 국민은 어리석지 않다. ‘웰빙당’이라는 딱지를 떼어내지 못하면 한나라당의 미래는 어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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