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하태원]北, 연일 대남 협박…만만한 게 한국인가

  • 입력 2006년 10월 31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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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다.” “온 민족이 핵전쟁의 재난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는 가운데 남측을 향한 북한의 공갈 협박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북한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결의문 채택 이후인 25일 내놓은 첫 대남 성명에서 “남조선 당국이 미국의 반공화국 제재, 압살책동에 가담한다면 우리는 그것을 6·15공동선언에 대한 전면 부정으로, 동족에 대한 대결 선언으로 간주하겠다”며 “(남측은) 비싼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간 교류를 담당한다는 민족화해협의회(민화협)도 28일 “동족 사이에 적대감을 조성하고 서로 싸우게 하는 것은 미국의 상투적인 침략 수법”이라면서 “(남측이 이를) 저지시키지 못한다면 온 민족이 핵전쟁의 재난을 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의 대북 압박을 남측이 몸으로 막아 내지 못하면 ‘가만 두지 않겠다’는 뜻이다.

내정간섭적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다.

대남 방송인 평양방송은 29일 “반역당(한나라당)의 재집권 책동을 절대로 그냥 내버려 둬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노동신문도 23일 한나라당을 비롯한 ‘친미보수세력’의 집권을 막기 위해 반보수 대연합을 결성해야 한다고 훈수했다.

입만 열면 ‘민족 공조’를 내세우는 북한의 이런 발언은 그들 스스로 민족 공조를 짓밟는 것이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한강(미국)에서 뺨 맞고 종로(한국)에서 화풀이’할 만큼 우리가 북한에 만만하게 보인다는 것이다.

더구나 핵실험 이후 북한의 공갈 협박이 전과는 다르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군사전문가들은 북한이 개발한 핵폭탄의 무게와 소형화 탄두 장착 기술 미비 등을 감안할 때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할 수 있는 곳은 한국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말 그대로 남한이 북한의 ‘핵 인질’로 잡히는 느낌이다.

김대중 정부 이후 수조 원을 북한에 지원했다. 그런데도 미국과의 직접 대화에 매달리는 북한은 ‘미국과 다리 놓아 주지 않으면 재미없다’고 협박하고 있다. 북한에 따끔하게 본때를 보여 줘도 모자랄 판에 386 간첩사건까지 터져 나라가 어수선하니 더욱 기막힌 노릇이다.

하태원 정치부 taewon_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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