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육정수]언론 타도

  • 입력 2006년 9월 1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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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의 초석을 놓은 사람은 영국의 존 밀턴이다. 밀턴은 1644년에 펴낸 ‘아레오파지티카(Areopagitica)’에서 진리에 의한 ‘자율 조정의 원리’를 내세워 표현의 자유를 역설했다. “진리가 전능하신 하느님 다음으로 강하다는 것을 뉘 모르는가? 진리가 이기는 데에는 어떤 정책이나 전략이 있는 것이 아니다. 허가도 필요 없다. 그러한 것들은 항시 변하는 것이며, 거짓이 진실과 맞붙어 싸울 때 이용하는 방호책일 뿐이다.”

▷밀턴의 생각은 미국으로 건너가 언론자유의 불가침성(不可侵性)을 규정한 수정헌법 제1조로 꽃을 피웠다. 이 조문을 만들고 훗날 대통령(4대)이 된 제임스 매디슨은, 존 애덤스 대통령(2대)이 정치를 비난하는 언론인을 구속할 수 있는 법을 만들려 하자 이렇게 말했다. “지나치다는 것과 적절하다는 것은 그렇게 엄밀히 구분되는 게 아니다. 언론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다소 해로운 가지들이 있더라도 그냥 생장하게끔 내버려 두는 것이 낫다. 완전히 잘라 버림으로써 적절한 과실을 얻으려는 이들의 열정에 손상을 입히는 것보다는….” 이른바 ‘사상의 자유시장’ 개념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국세청 언론 폭력조직을 ‘국민이 무서워하는 6가지’로 지목했다고 한다. 이 가운데 특히 언론을 ‘무소불위(無所不爲)’라고 비난했다. 6월 노사모 창립 멤버들을 초청한 청와대 오찬 자리에서였다. 비판 신문을 ‘독극물’로까지 표현한 정권이니 새삼스럽게 놀랄 일은 아니다. 언론학의 연구 소재를 계속 쌓아 나가는 이 정권이 흥미로울 뿐이다.

▷‘신문 없는 정부보다 정부 없는 신문’을 택하겠다던 토머스 제퍼슨도 미국 대통령(3대)이 된 뒤에는 달랐다. 언론인을 ‘거짓말쟁이’로 몰아붙이고 감옥에 보내야 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았다. 존 F 케네디 대통령(35대) 역시 자질구레한 기사에 화를 잘 내고 기자에게 욕설 잘 퍼붓기로 유명했다. 언론이 달갑지 않은 것은 국내외 어느 정권이나 똑같다. 하지만 비판을 수용하기에 따라서는 보약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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