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지주, LG카드 인수 우선협상로 확정

  • 입력 2006년 8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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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금융지주가 ‘LG카드호(號)’의 새 주인 자리에 성큼 다가서면서 국내 금융계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LG카드 매각 주관사인 한국산업은행은 16일 기자회견을 열어 우선협상대상자로 신한지주를, 예비협상대상자로 하나금융지주를 각각 선정했다고 밝혔다.

김종배 산업은행 부총재는 “주당 인수 가격과 인수 물량, 자금조달 능력, 향후 경영계획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이같이 결정했다”며 “신한지주가 제시한 응찰가와 물량 등은 비밀유지협상 원칙에 따라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

산은은 이달 말까지 신한지주 측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실사(實査)작업을 거쳐 10월 중 최종 매각 조건을 확정할 계획이다.

○ 국민은행 역전시킬 수도

신한지주는 2001년 국내에서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제주은행, 굿모닝증권, 조흥은행 등 굵직굵직한 인수합병(M&A) 건을 모두 성공시키는 등 급성장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큰손’ 신한지주가 감각적인 베팅(입찰가격 산정)으로 금융 관련 인수합병 물건을 싹쓸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한지주가 LG카드를 인수할 경우 신한지주의 총자산은 219조 원으로 종전보다 12조 원 늘어난다. 순이익 규모도 올 상반기 1조721억 원에서 1조7127억 원으로 많아진다.

국민은행의 총자산은 외환은행 인수 작업을 마무리하면 268조 원가량 된다. 신한지주와 국민은행의 총자산 차이(49조 원)는 영업력에 따라 역전될 수 있는 수준이라고 금융업계는 보고 있다. 자산이 대폭 늘어나는 것 이외에 신한지주는 1000만 명이 넘는 LG카드의 고객 정보로 다양한 연계사업을 하며 수익성을 높일 수 있다.

○ 카드업계는 ‘신한 전성시대’

신한지주는 전체 금융업 기준으로는 2위지만 카드 부문만 놓고 보면 1위로 부상하게 된다.

신한지주 계열인 신한카드는 올해 4월 신한 및 조흥은행이 통합하면서 옛 조흥은행의 카드사업 부문을 흡수해 규모를 키웠다. 올 6월 말 기준 회원이 603만 명, 가맹점이 337만 개에 이른다. 시장점유율은 현재 8.6%지만 LG카드를 인수하면 25% 이상으로 급등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업결합 때 시장점유율이 50% 이상이 되거나, 상위 3개 업체의 점유율 합계가 70% 이상이 되면 독과점으로 보고 기업 결합을 제한하고 있다.

공정위는 LG카드의 각 사업 부문 시장점유율이 어느 정도인지를 확정한 뒤 신한카드와 결합할 때 시장경쟁구조가 침해되는지를 판단할 계획이다.

○ M&A사상 최고가… 짜맞추기 의혹도

LG카드는 국내 M&A 시장에서 ‘최대 매물’로 꼽혔던 만큼 인수 경쟁 과정에서 뒷말이 많았다.

우선 인수 후보들의 과열 경쟁으로 국내 M&A 사상 최고가(最高價·7조2000억 원대 추정)로 우선협상대상자가 결정되었다고 알려지면서 신한지주가 ‘오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적지 않았다. 7조2000억 원은 외환은행 인수 금액보다도 3000억 원가량 많다.

우선협상대상자를 ‘짜맞추기’ 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입찰 제안서 개봉 하루 만에 우선협상대상자를 결정한 것이나 입찰 제안가를 공개하지 않는 것은 이례적이라고 LG카드 노조가 산은에 해명을 요구한 것.

이런 뒷말에도 불구하고 LG카드 소비자들은 이번 인수에 따른 영향이 거의 없을 전망이다. 신한지주가 기존 LG카드 소지자가 누려 온 혜택을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또 신한지주는 LG카드 인수 후 1, 2년 독립법인 형태를 유지한 뒤 합병할 방침인 만큼 LG카드 회원들은 유효 기간까지는 기존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 신한지주는 2003년 조흥은행 인수 때도 인수 후 2년 6개월 만에 합병한 바 있다.

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LG카드 18년 영욕▼

신한금융지주가 16일 LG카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국내 최대 전업계 카드사인 LG카드는 영업 18년 만에 문패를 내리게 됐다.

LG카드는 1987년 설립 인가를 받은 뒤 다음 해인 1988년 14만 명의 회원으로 카드사업을 시작했다. 서울 올림픽을 앞두고 LG와 삼성 등 대기업이 신용카드업에 본격 진출하던 시기였다.

1997년 회원 500만 명으로 커진 LG카드는 외환위기를 겪고 난 1999년부터 초고속 성장세를 구가했다.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사용을 장려하면서부터 회원 수가 급증해 2002년에는 LG카드 회원이 1184만 명에 이르렀다.

하지만 지나치게 빠른 외형 성장은 곧 부실로 이어졌다. 신용상태를 파악하지도 않고 길거리에서 ‘묻지 마 모집’으로 회원 늘리기에만 급급한 결과 2003년 5조5000억 원을 웃도는 적자를 봤다. 이 때문에 LG카드는 2003년 말 사상 초유의 현금 서비스 중단 사태까지 자초한다. LG카드 채권단은 곧바로 LG카드 매각에 나서지만 누구도 부실 적자 기업을 인수하겠다고 나서는 곳은 없었다.

이후 산업은행이 LG카드 위탁경영을 맡으면서 신규 부실 차단 및 구조조정을 병행하면서 회생의 길로 들어서게 된다. 지난해 LG카드는 1조3000억 원이 넘는 대규모 흑자를 낸 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6000억 원 이상의 순이익을 냈다.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탈락한 하나은행▼

“외환은행도 가고, LG카드도 놓치고….”

하나금융그룹 임직원들 사이에서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에 잇달아 실패하면서 성장 전략에 적잖은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몸집을 불려 ‘리딩 뱅크’로 거듭나려던 계획은 사실상 포기해야 했다. 일각에서는 인수합병(M&A)으로 덩치가 커진 다른 은행들의 ‘먹잇감’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온다.

총자산 기준으로 금융업계 4위인 하나금융은 업계 선두로 치고 나가기 위해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에 필사적으로 매달렸다.

특히 LG카드는 1000여 만 명의 고객 정보를 이용해 은행이나 보험, 캐피털상품까지 팔 수 있다는 점에서 각별한 관심을 쏟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사 인수를 통해 자산의 95% 이상이 은행에 집중된 그룹 구조를 개선하려는 계획도 물거품이 됐다. 하나은행은 증권, 금융, 캐피털 등 비(非)은행 부문 비중이 지나치게 작아 ‘금융 포트폴리오’가 빈약하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왔다.

하나금융은 외환은행과 LG카드 인수 실패로 국민은행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등 금융권 ‘빅3’와의 경쟁에서 낙오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점 및 카드 회원 수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여 금융상품 영업에 적잖은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송진흡 기자 jinhup@donga.com

김상훈 기자 sanh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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