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조수진]‘외유 골프’ 거짓말 시리즈

  • 입력 2006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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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의 한 시민단체가 열린우리당 신학용 이호웅 안영근 한광원 의원이 국내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달 12∼17일 태국 휴양지로 골프 외유를 다녀왔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한 1일 밤.

안 의원은 기자의 전화를 받자마자 “모든 게 거짓말이야, 거짓말”이라며 전화를 끊어버렸다. 동행한 인천지역 기업인이 비용을 부담했느냐는 의혹에 대해서는 말도 꺼낼 수 없었다.

한 의원은 ‘무슨 잘못이라고 난리냐’는 반응이었다. “그 시민단체요, 문제가 있어요. 동행했다는 기업인요? 인천시당 후원회원이에요. 출장 갔다가 잠시 골프 좀 친 게 그렇게 잘못한 겁니까?” 신, 이 의원은 아예 전화 연결이 되지 않았다.

‘외유 골프’ 사건이 각 언론에 보도된 2일. 열린우리당 인천시당은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의원들은 국제기구의 초청으로 태국을 방문했다가 잠시 골프를 쳤지만 비용은 각자 부담했으며, 출발 전날인 지난달 11일은 태풍 에위니아가 소멸된 시점이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 ‘해명’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이 곧 드러났다. 수해와 무관한 시점이었다는 주장이지만 이들이 출국한 12일은 인천지역에 147.5mm의 비가 쏟아졌다. 또 전체 여행비용 1230만 원 가운데 480만 원은 동행한 지역 사업가가 낸 것으로 밝혀졌다.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박길상 협동사무처장은 3일 한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들 의원이 외유 중 마사지와 술자리 접대도 받았다”는 또 다른 의혹을 제기했다. 해당 의원들이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을 만한 폭로다. 그런데도 당사자들은 한마디 해명조차 않고 있다.

열린우리당의 태도에 대해서도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김근태 의장은 2일 외유 골프 의원들에 대해 당 윤리위원회의 진상조사와 신속한 조치를 약속했지만 윤리위는 소집 날짜조차 잡지 못하고 있다. 윤리위원들이 해외에 나가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열린우리당은 지난달 20일 한나라당 경기도당 간부들이 수해 중 골프를 쳤을 때 대변인 명의로 “웰빙 정당의 오만한 행태”라며 거세게 비판했다. 이야말로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다.

조수진 정치부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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