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국방장관·군 원로들 "전시 작통권 논의 시기 상조"

  • 입력 2006년 8월 2일 20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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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국방장관들과 예비역 장성들이 2일 윤광웅 국방장관에게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 논의를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강력한 우려의 목소리를 전달했다.

정부는 오는 10월 워싱턴에서 개최되는 제38차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를 위한 로드맵을 논의할 예정이다.

김성은 전 장관을 비롯한 역대 국방장관 13명을 포함해 백선엽·이정린 예비역 장성 등 총 15명은 이날 윤 장관 주재로 서울 용산구 국방회관에서 열린 간담회에 참석, 한국군의 정보전력 미비와 여전히 유동적인 한반도 안보 상황 등을 언급하며 한국군의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한 논의를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이정린 전 국방차관(예비역 소장)에 따르면 김성은 전 장관은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이에 대해 유엔에서 결의안을 채택한 점을 들며 "우리가 단독으로 전시 작통권을 행사하려면 정보전력 등이 갖춰져야 하는데 능력이 부족하다"며 "전시 작통권 단독 행사 이후 그동안 정보를 지원해준 미군이 이를 계속해줄 것이라고 어떻게 보장하겠느냐"고 우려했다.

김 전 장관은 이어 "현 시점에서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으며 재고해야 한다"면서 "그동안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를 논의해온 것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유엔 결의안 이전의 상황이기 때문에 현 시점에서는 (작통권 논의 일정을) 변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상훈 전 장관도 "윤 장관이 국방장관 직위를 걸고 우리의 우려를 대통령에게 잘 설명을 드려서 용단을 내리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올해 10월 개최되는 SCM에서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를 위한 로드맵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 전 장관은 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고 유엔의 결의안 채택으로 북한에 대해 어떤 제재가 이뤄질 지 모르는 상황에서 지금 작통권 단독행사를 논의할 때가 아니다"며 "북한의 침략 위험성 등이 완화되고 모든 여건이 갖춰진 후에 논의를 해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시 작통권을 한국군이 단독으로 행사하면 제일 먼저 한미연합사가 해체된다"며 "연합사는 이 지구상에서 가장 성공적이고 모범적이며 효율성·신속성·통합성 등이 가장 뛰어난 대표적 사령부인데 이것을 왜 없애려 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일본은 2008년 개헌을 통해 요코스카에 우리 것(한미연합사)을 본떠서 우리와 비슷한 미일연합사령부를 설치하려고 한다"며 "우리는 왜 거꾸로 가느냐"라고 덧붙였다.

백선엽 예비역 장군도 "우리가 역사공부를 잘 해야 한다"고 지적한 뒤 지난해 도널드 럼즈펠드 국방장관과의 면담에서 △한미동맹 추가 약화 불가 △주한미군의 추가 철수 반대 △주한 미군사령관 대장 직급 유지 등을 요구했다며 "현 시점에서 오히려 연합사 지휘체제와 전시 작전통제권을 강화해야지 약화나 변동은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전직 장관 및 군 원로들은 "안보는 한번 잘못되면 큰 일이 나기 때문에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강화시켜야 한다"며 "왜 우리가 이런 얘기(전시 작통권 환수)를 해야 하느냐"고 지적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장관은 장관직을 걸고 대통령에게 건의하라는 이상훈 전 장관 등의 우려 표명에 대해 "말씀하신 여러 내용들을 위로 잘 전달하겠다"고 답변했다.

윤 장관은 그러나 "전시 작통권 환수문제는 1980년대 말부터 한미가 각자 또는 공동으로 연구 협의해온 것으로 최근에 와서 논의가 시작돼 안보불안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전시 작통권 환수의 전제조건으로 주한미군의 지속 주둔과 정보능력 등에 대한 미국의 지원, 유사시 미군 증원전력 전개 보장 등에 대해 한미가 합의를 했다"며 "동맹의 균열이나 주한미군의 추가 철수를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오찬을 겸해 1시간반동안 진행된 이날 간담회는 이상훈, 김성은 전 장관 등의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전시 작통권 단독행사 추진과 이에 따른 한반도의 안보 공백 우려 등에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정린 전 차관은 자신은 예비역 장성들의 모임인 성우회 정책위 의장 자격으로 이날 간담회에 참석했다며 간담회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누구를 비방하거나 하는 그런 얘기는 전혀 없었다. 북한이 다른 생각을 하지 못하도록 국민의 뜻을 모아 한 방향으로 가야한다는 취지에서 오늘 모임이 마련됐다"고 덧붙였다.

성하운기자 haw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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