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카페]진짜 공무원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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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중국 쑤저우(蘇州)의 공업원구(工業園區)를 사흘간 취재하면서 많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12년 만에 도시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구나…, 공무원이 기업을 위해 저렇게까지 헌신할 수 있구나….’

쑤저우에는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이 널려 있었습니다. 1994년에 시작된 쑤저우 공업원구 개발 사업은 현재까지 600억 달러(약 57조 원)의 외국자본을 유치한 가장 성공적인 프로젝트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다국적 기업을 포함해 2000여 개의 외국 기업이 서울의 절반 크기(282km²)인 이곳에 입주해 불과 12년 만에 황량한 불모지를 첨단 정보기술(IT)의 생산기지로 탈바꿈시킨 것입니다.

쑤저우를 변화시킨 힘의 근원은 무엇일까. 취재 과정에서 그 점이 가장 궁금했습니다.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현지에서 느낀 가장 큰 힘은 개발을 진두지휘하는 왕진화(王金華) 공업원구 위원회 서기의 ‘탁월한 리더십’이었습니다.

그가 평등과 분배의 사회주의 명분에만 집착해 ‘시대에 뒤떨어진 세계관’을 강요하는 리더십을 고집했다면 쑤저우는 가난을 면치 못했을 것입니다.

왕 서기는 공업원구를 IT 단지 중심으로 문화 예술 레저가 결합된 미래형 기업도시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세우고 철저하게 솔선수범하며 공무원들을 이끌어 왔습니다.

그 덕에 쑤저우는 이렇다 할 분배정책 없이도 대다수 시민이 개발과 성장의 과실(果實)을 공유하고 있었습니다. 시민들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았고 상권(商圈)도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이곳 시민들의 가처분소득(DI)은 12.6%, 은행 예금은 44.1%나 늘었으며 자동차 보유도 34.2%나 증가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지 대부분의 쑤저우 시민은 왕 서기에게 열광한다고 합니다. 왕 서기는 기자와의 식사 때 “운동 삼아 달리기를 했는데 악수를 청하는 시민이 너무 많아 포기했다”며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가난했던 쑤저우가 왕 서기라는 지도자를 만나 세계적인 도시로 성장해 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면서 자꾸 우리나라를 떠올리게 됐습니다. 그리고 씁쓸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쑤저우=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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