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北미사일 대응, 한중-미일 대치 심상찮다

  • 입력 2006년 7월 12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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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한국을 유례없는 외교적 시험대에 올려놓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결의안 채택 문제를 놓고 한중(韓中)과 미일(美日)이 맞서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가 ‘자주’와 ‘동북아 균형자론’을 들고 나왔을 때 예견됐던 흐름이긴 하지만 가볍게 넘길 상황이 아니다. 정권을 넘는 국가적 차원의 대처가 절실하다.

정부는 이미 일본 측 결의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러나 유엔 헌장 7조에 기초한 이 결의안은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아래 제출됐다. 미일이 같은 생각인 것이다. 정부는 내심 중국의 입장에 동조하고 있다. 중국은 결의안 대신 구속력이 없는 안보리 의장성명(聲明)으로 대신하기를 원하고 있다. 북을 막다른 골목으로 모는 것은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이 북의 미사일을 군사대국화의 빌미로 삼으려 한다는 인식도 한중이 같다.

안보리의 논의가 어떻게 결말날지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한국은 어려운 선택에 직면해 있다. 일본 측 결의안이 통과되면 대북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고 중국의 뜻대로 의장성명에 그친다고 해도 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미일은 국가 차원에서 별도의 대북 제재를 추진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한국은 미일과 공동보조를 취할 것인가, 아니면 반세기 가까이 지속돼온 한미일 삼각공조체제에서 벗어나 그 대척점에 설 것인가.

북한이 이제라도 6자회담에 나오겠다고 하면 다행스럽지만 전망은 불투명하다. 결국 우리로서는 상황의 추이를 봐가며 국익(國益)의 관점에서 판단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에서 일부 일본 각료의 대북 강경발언을 청와대까지 나서서 공박한 것은 신중하지 못했다. 일본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닌데도 북 미사일에 대해선 한마디도 않던 노 대통령이 청와대 참모들의 입을 빌려 “침략주의 성향” 운운하며 맹비난한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될 수 없다. 북-일 간 미사일 마찰을 한일 갈등으로 비화시켜 무얼 얻겠다는 것인가.

노 정권 사람들은 한국을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사이에 낀 새우’로 보고 한미일 삼각체제에 변화가 불가피하다고 암시함으로써 혼란과 갈등을 야기해 온 당사자들이다. 임기가 1년 반밖에 남지 않은 그들에게 국가 존립의 외적(外的) 토대를 흔들 수도 있는 중대 결정을 맡기기가 너무나 불안하다. 정권 차원이 아닌 국가적 차원의 대응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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