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천재소녀’ 미셸 위(위성미·17)가 첫 티샷을 하려는 순간 선글라스를 낀 한 여성 갤러리가 고개를 숙인 채 성호를 그었다. 그의 어머니 서현경 (41) 씨다. 천주교 신자인 서 씨는 외동딸을 위해 경건한 의식을 치른 것이다.
그로부터 그리 멀지 않은 곳에는 훤칠한 키의 한 남성이 쌍안경으로 어딘가를 주시하고 있었다. 미셸 위의 아버지 위병욱(46) 씨. 딸의 스윙을 꼼꼼하게 지켜본 것.
이 부부는 7일 인천 스카이72GC 하늘코스(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 SK텔레콤오픈 최종 라운드에서 그림자처럼 딸을 쫓아다녔다.
5번홀(파4)에서 미셸 위의 티샷이 깊은 디벗에 빠져 두 번째 샷이 짧아 결국 이 대회 들어 처음으로 3퍼트로 보기를 했을 때는 “오” 하는 탄식 속에 안타까워했다.
위 씨는 “마치 우리 가족이 하나가 돼 라운드를 돌고 있는 기분”이라며 “경기 후 코스 매니지먼트에 대해 서로 의견을 나눈다”고 소감을 밝혔다.
● “경기 중 먹을 땅콩 홍삼액 챙기죠”
부부가 멀찌감치 떨어져 도는 것도 특이해 보였다. 딸의 플레이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보기 위해 따로 다닌다는 게 아버지의 설명.
가슴 졸이며 딸을 지켜본 이 부부는 18번홀이 끝난 뒤 클럽하우스에서 딸과 포옹을 하며 어깨를 두드려 줬다.
● 어머니는 1985년 미스코리아 출신
위 씨는 미국 하와이대 관광경영학과 교수이며 서 씨는 미스코리아 출신(1985년 미스 보령제약). 싱글 핸디캡인 이들은 다섯 살 꼬마였던 딸에게 처음 골프클럽을 쥐여 준 뒤 10년 넘게 코치, 매니저 역할까지 하며 정성을 쏟은 끝에 세계적인 선수로 키워 냈다. 미셸 위가 183cm의 장신으로 성장한 것은 187cm인 아버지와 170cm인 어머니의 피를 이어 받은 영향. 마침 8일은 어버이날. 위 씨는 “내일이 뜻 깊은 날인데 이번에 성미가 컷오프 통과로 큰 선물을 준 것 같다”고 기뻐했다. 서 씨 역시 “성미가 평소 미국의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에 늘 뭔가를 해 줬는데 올해는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인천=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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