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영언]‘福券 공화국’

  • 입력 2006년 3월 16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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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복권에서 나온 최고 당첨금은 407억 원이다. 2003년 4월 로또복권 추첨에서 1등에 당첨된 경찰관이 횡재(橫財)의 주인공으로 세금을 빼고도 318억 원을 타갔다. 세계 복권 사상 최고인 1억1340만 달러(약 1134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엄청난 금액이다. 당시 그는 근무하던 경찰서와 아들이 다니던 초등학교, 시민단체,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모금하는 언론사 등에 수십억 원을 내놓았다.

▷국무총리실 복권위원회 조사(2004년 12월)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57.5%가 복권을 산 경험이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복권에 당첨돼 돈 한번 원 없이 써 보고 싶은 사람이 어디 한둘이겠는가. 하지만 ‘대박’이 터져 인생역전을 누린 확률은 ‘0’에 가깝고, 대부분은 그냥 허공에 돈을 날리고 만다. 심리학자 스키너는 “인간은 처벌과 강압에 의해서만 통제 받는 것이 아니라 보상 미끼로도 통제 받는다”며 사람들이 복권 구입을 강제당하는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복권은 확률을 모르는 사람에게 정부가 매기는 세금’이라는 서양 속담도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10개 정부기관이 25종의 복권을 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도 부족하다는 것인지 다음 달 또 하나의 복권이 나올 모양이다. 장당 판매가격 1000원에, 1등 당첨금이 100만 원인 새 복권은 당첨금이 적은 대신에 당첨 확률이 기존 복권보다 크게 높아진다고 한다. 복권위원회는 ‘복권시장의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걸고 있으나 정부가 앞장서 투기와 사행심(射倖心)을 조장한다는 비난을 피하기는 어렵다. ‘균형’이란 말이 편리하기도 하다.

▷하기야 정치부터 투기와 사행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나라다. 게임하듯 접근하는 권력 놀음이나, 국민 감성(感性)을 자극하는 포퓰리즘(대중영합) 정책들은 국민을 현혹한다는 점에서 복권을 닮았다. ‘이해찬 골프 파문’에서 보듯 정권 실력자 주변에 기업인이 몰려드는 것도 일종의 투기다. 이래저래 ‘복권공화국’인 셈인가.

송영언 논설위원 young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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