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속 들여다보이는 ‘정책데이트’

동아일보 입력 2006-03-08 03:05수정 2009-10-08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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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5·31지방선거를 앞두고 어제 시작한 ‘정책데이트’는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 대안을 마련한다’는 취지대로라면 환영할 만한 일이다. 그러나 선거를 두어 달 앞두고 당 지도부가 전국을 돌며 지역정치인, 출마예정자 등과 합세해 행정부 업무까지 끌어다 생색을 내는 것은 속이 들여다보이는 행태다.

어제는 정동영 의장이 대전충남지역을 찾아 호남고속철 노선에 공주역을 신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공주역 신설 방안은 국민중심당이 지난해 말 국회 등원 조건으로 내세워 추병직 건설교통부 장관의 확답을 받은 내용이고 1월에 언론에도 공개된 적이 있다. 그런데도 열린우리당은 “주민들의 희망사항을 토대로 타당성을 검증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적극 추진해 온 양 생색을 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로 인해 토지를 수용당한 주민들이 대체(代替)토지를 살 수 있는 지역 범위를 확대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건교부가 시행령으로 정할 사항이다. 이 경우 취득세 등록세 등의 비과세 기간을 연장하는 것도 지방자치단체가 조례로 정하면 된다. 그럼에도 열린우리당은 선심이라도 쓰듯이 주민을 현혹시키고 있다. 대전역 철로변 정비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요청에는 “잘 되도록 하겠다”며 큰소리를 쳤다.

열린우리당은 당초 ‘정책데이트’에 고위 공무원을 데리고 다니면서 지역주민들의 건의를 즉석에서 정책에 반영하는 모습을 연출하려 했다가 사전(事前)선거운동 시비를 피하기 어렵게 되자 이를 포기했다. 당초 공무원들을 동원하겠다는 발상을 한 것부터가 말로는 선거개혁, 정치개혁을 외치지만 실은 낡은 선거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 후진적 정치의식, 정당체질을 드러낸 것이었다.

첫날 ‘정책데이트’는 지역주민이 거의 참석하지 않았고 당 지도부도 주민 건의사항을 제대로 듣지 못해 ‘바람맞은 데이트’로 끝났다고 한다. 원래가 선거용으로 마련된 행사이니 그 정도로 흐지부지된 것이 오히려 다행스러운 일이다. 무리한 공약은 결국 국민부담만 키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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