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 앙골라의 축구국가대표 평가전에서 보였던 ‘붉은 악마’의 처신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평가전에서 붉은악마는 K-리그 한 프로구단의 연고지 이전에 항의해 전반전이 시작되고 10분이 지날 때까지 붉은색 옷 대신 검은 대형 비닐봉투를 뒤집어 쓴 채 침묵시위를 벌였다.
일부는 경기가 끝날 때까지 응원이 아닌 ‘연고 이전 결사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거나, X자 표시를 한 마스크를 쓰고 ‘근조(謹弔)’라고 적힌 완장을 팔뚝에 두르기도 했다.
이 때문에 응원석은 한국 응원단의 상징인 붉은 색 대신 검은 물결로 뒤덮였다.
‘붉은 악마’ 는 지난달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앙골라 전에서의 침묵시위를 예고하며 “확고한 지역 연고제 정착 없이는 한국축구의 발전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을 지켜본 많은 축구팬과 누리꾼들은 ‘순수성을 잃었다’며 곱지 않은 눈길을 보냈다.
2일 현재 ‘붉은 악마’ 공식홈페이지에는 하루 만에 무려 500여건에 달하는 축구팬들의 항의 글이 올라왔다.
‘이주영’은 “당신들이 외친구호는 ‘대한민국’도 아니고 ‘오~필승코리아’도 아닌 ‘연고이전반대’였다”며 “연고지 이전이 옳든 옳지 않던 간에 어제의 응원은 국민들을 우롱한 행위였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어제의 ‘검은 악마’에 분노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현정’은 “붉은악마의 연고이전 반대시위는 나쁘지 않고 축구를 사랑하는 마음도 이해한다”며 “하지만 어제의 경우 월드컵을 코앞에 둔 국가대표팀의 중요한 A매치 경기였다. 무엇보다 붉은 악마가 국민의 응원을 이끌던 모습은 없고 자신들의 입장만 생각하는 어떤 이익단체로 보였다”고 꼬집었다.
일부 축구팬들은 붉은 악마에 공식 사과를 요구하기도 했다.
‘성민’은 ‘[근조]붉은악마 집행부’라는 제목의 글에서 “붉은 악마 집행부는 어제 경기 응원에 대해 공식 사과하라”며 “국가대표팀 서포터스로서 온 국민의 바람 따위는 깡그리 무시해버린 행위였다”고 지적했다.
‘전삼모’도 “정말 안타깝고 유감스럽다. 붉은 악마는 본연의 임무인 국가대표팀 서포팅에 전념해야 한다”며 “집행부는 자중하고 반성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붉은 악마 미디어팀장 김동수 씨는 “이런 응원이 처음이었기 때문에 축구팬들이 당황한 것 같다”며 “하지만 이번 앙골라 전 시위에 대해서는 붉은 악마 회원들을 상대로 사전에 공지를 했고 홈페이지를 통해서 발표를 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축구팬들의 반발은 예상을 했었다. 하지만 연고 이전 반대를 위한 시위는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수연 동아닷컴 기자 s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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