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대근]후진타오의 새마을운동

  • 입력 2006년 2월 24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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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北京)에서 서남쪽으로 200km 떨어진 허베이(河北) 성 시바이포(西柏坡)는 중국의 대표적인 혁명유적지다. 마오쩌둥(毛澤東)은 1949년 국민당 세력을 몰아낸 뒤 이곳에서 건국(建國) 구상을 마무리했다. 그로부터 55년 뒤인 2004년 춘제(春節·설날)에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이 시바이포의 한 농가를 찾았다. 거기에서 그는 “농민들이 설에 물만두라도 먹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사회주의”라고 말했다. 마오쩌둥이 “국민당은 물러났지만 자만하지 말자”고 다짐했던 그곳에서 ‘신(新)농촌 건설’이라는 새 국가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중국의 1세대 지도자인 마오쩌둥은 혁명의 영웅, 2세대 덩샤오핑(鄧小平)은 경제개혁의 거인이다. 3세대 장쩌민(江澤民)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노선을 이어받아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2003년 국가주석직을 승계한 4세대 후진타오는 ‘조화로운 사회’를 추구하고 있다. 덩샤오핑과 장쩌민이 ‘먼저 부자가 되자’는 선부론(先富論)을 폈다면, 후진타오는 ‘다 함께 부자가 되자’는 공동부유론(共同富裕論)을 역설한다.

▷후진타오의 공동부유론은 중국의 도농(都農) 격차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소득 격차가 거의 5배에 이른다는 통계도 있다. 얼마 전 런민(人民)일보는 ‘농촌 문제가 이미 황색 경계선을 넘어섰다’고 썼다. 중국 공산당이 2004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신농촌 건설을 ‘1호 문건’(최우선 정책과제)으로 채택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농민이 부유해야 사회가 안정되고 국가가 흥한다는 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중국 공산당 중앙학교에서는 14∼20일 ‘사회주의 신농촌 건설’ 대토론회가 열렸다. 1970년대 한국의 새마을운동을 중국 농촌에 접목하는 방안이 집중 논의됐다고 한다. 일주간의 토론을 마치면서 후진타오는 ‘생활부유(生活富裕)’를 거듭 강조했다고 중국 언론은 전한다. 30여 년 전 우리가 외친 ‘잘살아 보세’의 복사판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과거사 헤집기의 대상이 된 새마을운동이 중국에서 부활하고 있다.

송대근 논설위원 dk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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