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큰바람 불고 구름 일더니<698>卷七. 烏江의 슬픈 노래

  • 입력 2006년 2월 23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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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박순철
그림 박순철
한왕 유방을 따르는 세 갈래 군마가 진성을 떠난 지 닷새째 되는 날이었다. 워낙 대군이라 움직임이 느려 아직 수양(휴陽) 남쪽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는데, 회남왕 경포가 보낸 사자가 달려왔다. 경포가 아직 구강(九江) 땅에 머무르고 있는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성보(城父)에서 보낸 사자였다.<신(신) 영포는 노관 유고등과 더불어 대왕께 아룁니다.

초나라의 대사마 주은(주은)이 대왕의 뜻을 받들어 한나라에 귀순해 왔습니다. 주은은 서현(서현)의 군사들을 이끌고 구원하러 온 척하며 신이 치고 있던 육현(육현) 성안으로 들어가, 성을 지키던 초나라 군민을 모두 죽이고 성문을 열어 신을 영접하였습니다. 그 바람에 힘들이지 않고 도성 육(육)을 회복한 신은 주은과 군사를 합쳐 노관과 유고가 에워싸고 있는 수춘성(수춘성)으로 달려갔습니다. 노관과 유고의 군사도 당하지 못해 성문을 닫아걸고 지키기만 하던 성안 군민들은 신과 주은이 대군을 몰고 가자 더 싸울 마음을 버리고 성문을 열어 항복했습니다.

대사마 주은이 한나라로 귀순한 데다 육성이 떨어지고 수춘이 항복하니 인근의 다른 성읍들도 다투어 항복해 와 구강은 이미 평정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이에 신은 구강을 잠시 장수들에게 맡겨 지키게 하고, 노관 유고와 함께 회수(회수)를 건너 진성으로 달려갔습니다. 항왕을 잡는 대왕의 손톱과 이빨[조아]이 되고자 함이었으나, 대왕께서 이미 동쪽으로 떠나신 뒤였습니다. 도중에 그 소식을 들은 저희들은 길을 바꾸어 대왕을 뒤따르다가 성보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성보는 대왕께 져서 쫓기던 항왕이 동쪽으로 달아나는 중에 잠시 거두어 머문 적이 있는 성입니다. 항왕이 떠나면서 따로 장졸 약간을 남겨 지키게 한 곳인데, 그것들이 높고 든든한 성벽만 믿고 감히 저희들의 길을 막으려 했습니다. 신은 노관, 유고와 더불어 하루 밤 하루 낮의 싸움으로 성보를 떨어뜨리고 성안에서 우리 군사에게 맞선 초나라 군민들을 모조리 죽여 인근 성읍에 매운 본보기를 보였습니다. 이제 다시 군사를 진발시켜 왕사(왕사)를 따라잡게 하면서, 간략하게 그간의 경과를 아룀과 아울러 저희가 반드시 이르러야 할 곳과 때를 듣고자 합니다.>

경포가 보낸 글은 대강 그랬다. 읽기를 마친 한왕은 연방 터져 나오는 기쁜 웃음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다.

“제왕과 양왕이 온 데다 이제 구강이 평정되어 회남왕까지 과인에게로 오고 있다면 천하 대세는 이미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마냥 기뻐할 소식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아직 경포의 사자에게 답을 주어 보내기도 전에 동쪽으로 갔던 탐마가 다시 새로운 소문을 듣고 왔다.

“줄곧 팽성을 향해 내닫던 항왕이 갑자기 군사를 돌려 길을 남쪽으로 잡았습니다. 지금 기현((근,기)縣) 쪽으로 내려가고 있는데, 끝내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합니다.”

그 말을 들은 한왕은 자신도 모르게 낯빛이 흐려졌다. 며칠 전 제왕 한신이 한 말 때문이었다. 그 자리에 있는 한신을 돌아보며 걱정스레 물었다.

“항왕이 스스로 하책(下策)임을 깨닫고 길을 바꾼 것은 아니요?”

글 이문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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