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황호택]국정브리핑 기자

  • 입력 2006년 2월 10일 03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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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를 사전적으로 정의하면 정보를 수집해 대중매체에 기사를 쓰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매체 간 장벽이 무너지고 미디어의 융합현상이 일어나면서 기자의 정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벌어진다. 컴퓨터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으면 누구나 블로그를 개설해 기자가 될 수 있는 세상이다. 이런 현상을 두고 언론의 진입 장벽이 낮아져 정보 민주주의가 구현된다고 하는 관점도 있다. ‘황우석 가짜 줄기세포’ 보도에서 보여 주듯이 기자와 PD의 경계도 허물어지고 있다.

▷기자 훈련을 제대로 받지 않은 아마추어 기자들이 대거 보도 영역으로 유입돼 뉴스 보도의 기준을 흔들어 놓는 현상을 제도권 언론인들은 달가워하지 않는다. 블로거 기자는 전통적인 방식으로 보도하지 않고, 정확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고, 보수를 받지 않기 때문에 진정한 기자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CBS의 간판 앵커인 댄 래더는 미확인 보도를 했다가 아마추어 기자들의 공격을 받고 거꾸러졌다.

▷정부 홍보사이트인 국정브리핑이 사실상 기자 역할을 하는 직원들을 뽑을 예정이라고 한다. 노무현 대통령은 “적절한 대안매체를 만들어 제도매체가 의제화하지 않는 것을 의제화하고 잘못된 보도는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국정브리핑에 글을 쓰는 ‘기자’는 전통적 의미의 기자와는 거리가 멀다. 대통령이나 장관의 뜻을 알아서 기는 ‘기자’가 돼야 할 것이고 비판 언론에는 칼날을 세우는 전사(戰士)로 나서야 할 것이다.

▷독재정권 시절 극장을 찾은 관객들은 영화에 앞서 방영되는 ‘대한뉴스’를 어쩔 수 없이 봐야 했다. 내용은 대통령 찬가(讚歌) 일색이었다. 그 ‘대한뉴스’를 별도의 영화관에서 상영했더라면 일부러 그것을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아간 관객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국정브리핑은 아무리 잘 만들어도 ‘대한뉴스’의 새로운 버전에 불과하다. ‘공무원 기자’를 동원해 ‘대한뉴스’ 같은 사이트를 만들어 놓고 본영화도 상영하지 않는 극장에 들어오라고 하니 얼마나 관객이 찰 수 있을지 모르겠다.

황호택 논설위원 ht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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