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주성하/‘北 1人소득 914달러’ 통계 믿을수 있나

  • 입력 2005년 12월 17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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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은 15일 지난해 남북 간의 경제력 격차를 비교하는 일련의 통계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남한의 1만4162달러(약 1416만 원)의 약 15분의 1 정도인 914달러(약 91만 원)로 나타났다.

그러나 통계청이 발표한 ‘통계로 본 남북한의 모습’은 양쪽에서 모두 살아 본 기자가 피부로 느낀 체감지수와는 너무나 차이가 났다. “북한의 1인당 GNI가 914달러라니….”

기자는 2000년 북한을 탈출해 중국으로 갔다. 중국 변방의 한 초라한 농촌 집에 들어서는 순간 너무나 비교되는 북한과 중국의 생활수준에 입이 벌어졌다. 내가 아는 많은 새터민은 북한과 중국의 생활수준이 10배 정도 차이가 나고, 중국과 한국의 생활수준도 다시 10배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중국의 지난해 1인당 GNI가 1200달러 정도였으니 중국과 한국의 차이는 숫자로 증명된다.

그런데 지난해 북한의 1인당 GNI가 914달러라면 현재의 북한은 내가 탈북했을 당시의 중국보다 더 잘산단 말인가. 세계은행이 발표한 2000년 중국의 1인당 GNI는 840달러였다.

현재 북한 근로자의 평균 월급은 2000원에서 3000원이다. 요즘 북한에서는 지역에 따라 1달러가 북한돈 2700원에서 2800원에 교환된다. 월급이 1달러 수준인 나라의 1인당 GNI가 914달러라는 것은 사회주의의 특성인 배급과 무상교육, 무상치료를 감안해도 이해할 수 없는 수치다. 배급제가 정상적으로 가동된다 해도 북한 노동자가 1년에 받는 배급량은 국제시세로 50달러가 넘지 않는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는지 GNI 산출의 기초를 따져 봤다. 납득되지 않는 수치가 도처에 있었다. 북한 석탄생산량만 봐도 그렇다. 지난해 2280만 t을 생산한 것으로 돼 있다. 1인당 평균 1t 이상이 돌아가는 양이다. 이 통계가 사실이라면 가동을 멈춘 대다수의 공장이나, 땔감으로 무차별 남벌돼 대부분의 산이 민둥산으로 변한 북한의 현실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또 밤에 인공위성으로 찍은 불 밝은 남한지역과 암흑뿐인 북한지역의 극명한 대비도 설명이 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물론 통계청의 발표에 나름의 근거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수치들이 기자에게는 허황되게만 느껴진다.

주성하 국제부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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