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전창]오를 山이 에베레스트밖에 없나

입력 2005-12-10 02:54수정 2009-10-08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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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레스트 정상(해발 8850m)이 설악산 대청봉(1708m)만큼이나 한국인들로 북적거리겠네.”

얼마 전 경남 창녕군 화왕산을 함께 등반한 원로 산악인이 혀를 찼다. 국내 산악계에 불고 있는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반 열풍을 두고 한 말이다.

내년 봄 에베레스트 등반을 추진하고 있는 국내 전문 산악팀만 무려 9개나 된다. 그동안 매년 2, 3개 팀이 도전한 것과 비교하면 이상 과열 현상이 틀림없다. 이 중에는 횡단 시도 등 의미 있는 도전들도 있지만 취지문을 들여다보니 ‘남들이 하니까 우리도 한다’는 식의 추진이 상당수다.

에베레스트가 어떤 곳인가.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 경이 처음 등정한 이래 1990년대 상업 등반이 시작되면서 단체 등반팀이 줄줄이 정상에 올라서 현재 등정자만 2000명을 넘어섰다. 게다가 올해 5월 에베레스트 정상에 처음으로 헬리콥터를 착륙시키는 데 성공한 유럽의 우주항공기업 ‘유로콥터’는 내년부터 1인당 1만5000달러(약 1551만 원)씩 받고 관광객을 세계 최고봉에 실어 나를 예정이다.

세계 최고봉이란 상징성은 있지만 어느 정도 일반인도 오를 수 있는 남쪽 코스를 이용한다면 일반 관광코스와 크게 다르지 않은 곳이 바로 에베레스트의 현실이다.

1977년 고상돈(1979년 북미 알래스카 매킨리봉에서 실족사)이 한국인 최초로 에베레스트 정상에 설 때 원정대원으로 함께 참여한 김병준(57) 대한산악연맹 전무이사는 올해 28년 만에 다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방문한 뒤 “진정한 산악인이라면 이제는 에베레스트 말고 다른 산을 찾아야 한다”고 충고했다.

에베레스트 등반을 위한 입산료는 다른 8000m급 고봉과 비교해 5배나 비싸다. 대원 5명 기준으로 남쪽 베이스캠프 네팔에서는 5만 달러(약 5173만 원), 북쪽 베이스캠프 티베트에서는 2만7500달러(약 2854만 원)나 한다. 다른 8000m급 고산 입산료는 1만 달러(약 1035만 원) 정도.

산악인이 거금을 들여 산을 오를 때는 그만한 의지와 성취감이 있어야 한다. 남이 오르니까 나도 가겠다고 해서는 곤란하다. 세계 곳곳에는 산악인들이 새로운 방법으로 도전해 주길 기다리는 산들이 아직도 많다.

전창 스포츠레저부 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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