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호텔 지배인 이천홍씨가 겪은 두 축구지도자

  • 입력 2005년 11월 2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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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축구대표팀의 딕 아드보카트(58) 현 감독과 요하네스 본프레레(59) 전 감독. 축구장이 아닌 숙소에서 두 감독의 사생활은 어떤 모습일까. 서울 그랜드힐튼호텔 이천홍(33·사진) 지배인은 두 감독을 직접 호텔손님으로 유치하고 그들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며 서비스를 제공한 VIP담당 판촉 지배인. 그는 “본프레레 전 감독은 다정다감한 편이었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치밀하다”고 평한다.》

▽아드보카트=이 지배인은 “아드보카트 감독은 정말 치밀하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숙소를 처음 방문하던 날 기자회견 얘기를 꺼낸 뒤 좌석 배치까지 그림을 그려가며 일일이 지시하더라고.

특히 기자들이 대기하는 동안 지루할 수 있으니 별실에 간식거리라도 준비하라고 요청할 정도로 꼼꼼한 성격. 하지만 카리스마가 넘치는 데다 평소에는 말이 별로 없어 가까이 하기에는 좀 먼 ‘당신’이라는 게 이 지배인의 평.

이 지배인은 “4일 아드보카트 감독 귀국에 맞춰 방에 44인치 대형 PDP TV를 ‘깜짝 선물’로 설치해 놓았다”며 “아드보카트 감독이 이 TV로 전력을 잘 분석해 내년 독일월드컵에서 한국축구의 4강 신화를 재현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본프레레=본프레레 전 감독은 까다롭고 쉽게 친해지기 어려운 성격이었지만 한번 마음을 열면 동네 할아버지처럼 따뜻했다는 것이 호텔리어들의 한결같은 전언.

“좀처럼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 내성적인 분이었어요. 영자신문과 외국의 스포츠 신문을 열심히 봤고 비디오도 주로 축구 관련 비디오만 봤어요. 가끔 조깅을 할 뿐 별다른 취미생활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호텔 직원들과는 무척 친하게 지냈다고. 특히 호텔의 VIP담당 직원 2명에게는 경기가 끝나고 돌아와서 경기 이야기를 하며 고민을 털어놓을 정도. 그래서 호텔 직원들은 대표팀 경기가 있을 때마다 모두가 한마음이 돼서 ‘본프레레’를 외치며 열렬히 한국대표팀을 응원했다고. 사퇴를 결심하던 날 밤 본프레레 전 감독은 이 지배인과 단둘이 만나 “불명예 퇴진을 하게 돼 무척 안타깝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정재윤 기자 jaeyu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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