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마라톤]부산 소년의 집 학생들 “마라톤속에 자립심”

  • 입력 2005년 10월 3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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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5 경주오픈마라톤에 단체로 참가한 부산 소년의 집 학생들이 출발 직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주=특별취재팀
동아일보 2005 경주오픈마라톤에 단체로 참가한 부산 소년의 집 학생들이 출발 직전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경주=특별취재팀
10km 코스 결승선. 성인들 사이로 앳된 얼굴의 여자아이가 경주시민운동장 도착 지점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이날 단체로 참가한 부산 소년의 집 학생들 24명 중 1위로 골인한 강미봉(14) 양.

강 양은 “뛰는 동안은 정말 힘들었는데 완주하고 나니까 내 자신이 뿌듯하고 기분이 너무 좋다”며 수줍게 웃었다.

소년의 집은 중학생 300여 명, 고등학생 300여 명의 보금자리로 천주교 마리아수녀회에서 운영하는 아동보호시설. 부모가 없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부모와 함께 살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가족처럼 서로 의지하며 지내고 있다. 보육시설과 함께 알로이시오 중고등학교도 함께 있다.

소년의 집 학생 24명(남자 14명, 여자 10명)은 이날 오전 5시 부산을 출발해 경주오픈마라톤대회에 참가했다.

소년의 집은 사실 마라톤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 1974년 알로이시오 신부가 소년의 집을 만들 당시 설립이념이 바로 ‘마라톤 정신’이기 때문.

그는 ‘부모와 함께 자라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한 시설과 학교를 지으면서 아이들이 자칫 빠지기 쉬운 나약함과 게으름의 유혹을 이기는 데 마라톤이 가장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곳 학생들은 요즘도 전교생이 매주 7km씩 송도 암남공원 주변 순환도로를 달린다.

소년의 집 이호종 교사는 “학생들이 나쁜 유혹에 빠지지 않고 자립심을 기르는 데 마라톤이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달리기에 소질을 보였던 김정민(한국체대)은 스키의 장거리 경주인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로 방향을 전환해 국가대표가 됐다.

이 교사는 “마라톤을 잘 끝냈으니 오랜만에 아이들과 함께 보문관광단지에 소풍을 가겠다”며 “학생들에게 운동화와 운동복을 지원해주고 있는 뉴발란스에도 꼭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경주=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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